미국은 7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일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에서 일단 북한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핵개발 포기를 유도하기 위한 보상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한.미.일은 이날 회의가 끝난 뒤 이같은 내용이 담긴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3국은 특히 북핵 위기 해소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북한의 핵개발 계획 폐기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북한이 풀어야 =3국이 합의한 북한 핵문제 해결방안의 기본 정신은 '결자해지(結者解之)'다. 이태식 외교통상부 차관보는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핵 동결조치를 해제키로 선언함으로써 문제가 발생한 만큼 북한이 먼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데 3국이 의견 일치를 봤다"고 말했다. 3국이 내놓은 공동 언론발표문도 "북한과 국제사회와의 관계는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완전히 폐기하기 위해 신속하고 검증가능한 조치를 취할지 여부에 달려 있다"며 북한이 먼저 문제를 풀어야 함을 분명히 했다. ◆ 미 입장 불변 =이태식 차관보는 한국이 미국과 북한에 일정 수준의 양보를 촉구하는 중재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진 것과 관련, "TCOG 회의는 어느 한 나라가 나머지 두 나라를 설득하거나 협상하는 회의가 아니다"라며 중재자로서의 여지가 없었음을 시사했다. TCOG 회의의 공동발표문은 미국의 기본 입장이 변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으나 미국이 '대화 용의'가 있다고 밝힌 점은 적지않은 변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공동발표문과 이 차관보의 기자회견을 종합하면 이날 밝힌 '대화 용의' 역시 북한이 핵포기를 선언하지 않는 한 이뤄질 수 없는 '조건부'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북한의 반응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북핵 위기상황의 진행 방향도 달라지게 됐다. 북한은 TCOG 회의에서 요구사항인 불가침조약 체결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었던 만큼 쉽게 대화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달 예정된 장관급회담 등 각종 남북대화 채널을 통해 북한을 설득한다는 방침이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홍영식 기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