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 등장하는 인물은 작가 자신인 동시에 타자화 된 "자아"다. 자아를 상실한 현대인들의 자화상은 작가들이 상투적으로 사용하는 모티브다. 오는15일부터 서울 관훈동 인사갤러리에서 세번 째 개인전을 갖는 서양화가 박도철(43)씨의 "자화경(自畵景)"시리즈에도 이같은 인물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그 인물은 작가 자신이면서 "너"이기도 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자화상이 풍경화와 공존한다는 사실이다. 풍경은 우리 주변과 바닷가 광장 등이 주류를 이룬다. 황폐한 느낌을 주는 자연을 배경으로 왜소한 모습의 인물은 세상과의 타협을 거부하는 현실너머의 세계를 의미한다. 박씨는 이러한 관념적인 화면을 통해 역설적으로 시공간을 초월하는 생명의 역동성을 강조한다.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에서부터 반 고흐,뭉크에 이르는 동서양 명화의 저변에 깔린 내면의 정신성을 이어받고 싶은 희망을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중앙대 학부와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작가는 현재 일간지에서 운영하는 미술관의 전시팀장을 맡고 있다. 21일까지. (02)735-2655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