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신년대담] (5)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오벌린 <암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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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이나 한국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의 최대 화두는 역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다.
새정부가 제시할 조세 노동 등 기업정책에 눈이 쏠린다.
기업들은 충격적인 변화보다 규제 완화와 시장중시 정책을 기대하고 있다.
정책의 일관성과 투명성, 세금경감과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바란다.
이는 바로 한국이 아시아의 경제허브로 업그레이드되기 위한 키워드며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가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한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을 대표하는 윌리엄 오벌린 암참(AMCHAM.주한 미국상공회의소) 신임 회장이 최근 조선호텔에서 만나 얘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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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윌리엄 오벌린 암참 회장 =20년 가까이 한국에서 살면서 기업환경이 크게 개선되는 것을 목격했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에 대한 태도는 'OK'에서 'Welcome'으로 달라졌다.
하지만 한국이 아시아의 허브로 발전하기를 원하는 것처럼 주변국들 역시 같은 목표를 가지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암참이 그동안 꾸준히 지적했듯 유연하지 못한 노동시장과 높은 세금 두 가지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 =사실이다.
한국에 진출하려는 외국기업들에 유연하지 않은 노동시장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채용이 자유롭다면 해고도 자유로워야 한다.
그러나 한국에선 한 사람을 채용하고 한 사람의 직원을 내보내기가 너무나 어렵다.
경기하강이 예상될 때 기업은 신속히 감원할 수 있어야 하는데 최악의 상태를 경험하고 적자가 누적된 후 경기회복으로 돌아설 때야 인력 구조조정을 시작할 수 있다.
▲ 오벌린 회장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한국의 노동시장은 매우 불균형하게 보인다.
노동자는 보호받으면서 경영진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노조활동은 보장되나 노조활동에 대한 경영진의 대응은 범죄처럼 치부된다.
또 미국에선 해고되면 다른 일자리를 구하거나 회사 사정이 나아지면 재고용될 것이라고 여기는 반면 한국에선 실직이 엄청난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박 회장 =미국은 실직자를 위한 사회보장제도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임금구조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결정하는 요인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한국은 성과가 아니라 연차에 따라 급여가 올라가는 임금구조다.
노동시장이 유연해지려면 이런 임금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한국에선 재취업이 어려운 40∼50대가 해고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
경영진은 이들중 한 명을 해고하면 20대 세명을 고용할 수 있다고 본다.
연봉제가 발달한 미국의 경영환경은 회사가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연장자를 존중하고 대신 젊은 사람을 내보낼 수 있는 구조다.
▲ 오벌린 회장 =노동문제는 산업이 성숙할수록 점차 개선돼야 할 진화의 대상이다.
50년대에 미국도 같은 문제를 겪었다.
한국이 빠르게 변하고 있으니 곧 나아지리라고 기대한다.
▲ 박 회장 =한국은 최고세율을 적용하는 기준이 연간 근로소득 8천만원 이상이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많은 외국인들이 최고세율 적용 대상자가 된다.
이들은 세금중 일부를 회사가 부담하는 조건으로 한국에 들어온다.
▲ 오벌린 회장 =회사가 임직원의 세금을 부담하는 것은 기업의 비용이 올라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율을 낮춰 세금제도를 경쟁력 있게 만들어야 한다.
서울을 본사 후보지로 고려하는 외국기업들은 상하이.홍콩 등의 기업환경과 비교한다.
규제와 세금 같은 큰 틀에서부터 주택, 교육 같은 기초적인 환경까지를 비교해 본 다음 결정한다.
▲ 박 회장 =경제허브가 되려면 큰 틀을 개선한 후 주택.학교.의료 환경과 같은 삶의 기본적인 인프라도 함께 개선해 줘야 한다.
서울의 집값은 아시아에서 가장 비싸고 외국인 학교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한국 부모들처럼 자녀교육은 그들에게도 중요한 문제다.
때문에 상하이나 베이징의 외국인 학교에 애들을 보내려는 외국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7천만명이 사용하는 한국말을 배우는 것보다 13억명이 쓰는 중국어를 배우는 쪽이 더 매력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 오벌린 회장 =학교 숫자가 아니라 외국인들이 아이들을 보낼만한 학교가 있느냐가 중요하다.
암참 회원기업 가운데는 아이들을 보낼만한 학교를 찾지 못해 한국행을 취소하고 중국에 가는 사례도 있다.
영어를 구사할 줄 아는 등 마음에 드는 보모를 한국에서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사소할지 모르겠으나 이런 문제들 탓에 한국이 결정적인 순간 경쟁국에 밀릴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 박 회장 =나라 전체를 경제특구 수준으로 만들어야 한다.
일부 지역을 특구로 제한하는 것은 중국식 아이디어다.
중국은 나라 전체를 개방할 경우 충격이 클 것을 우려했다.
한국이 왜 중국식 경제특구를 따라해야 하는가.
▲ 오벌린 회장 =동의한다.
왜 어느 지역은 경제특구로 지정하고 어디는 안된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나라 전체의 기업환경을 개선해야 되지 않나.
왜 일부 지역을 찍어 외국기업들에만 특권을 주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한국에 진출하려는 외국회사들은 그런 특권을 원하는게 아니다.
다행히 중국과 비교하면 한국은 영어소통도 잘 되는 편이고 초고속 인터넷 환경 같은 인프라도 좋다.
▲ 박 회장 =중국 얘기가 나왔으니 말이지 한국 기업들이 무턱대고 중국에 몰려가야 한다고 보는 시각도 잘못됐다.
한국의 제조업은 아직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R&D 투자를 통해 경쟁력 있는 상품에 새 기술을 접목하면 앞으로 20∼30년간 더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
▲ 오벌린 회장 =미국의 소비재 생산기업중 중국에서 성공한 사례로는 P&G가 거의 유일하다.
세계 기업들이 비용 때문에 기초 제조사업을 중국으로 옮기고 있으나 하이테크 기업들은 한국 같은 곳을 선호한다.
이런 면에서 중국이 '미래(Tomorrow)'라면 한국은 '현재(Today)'다.
한국은 중국에 비해 검증된 민주주의 국가다.
한국은 중국에 비해 외국투자를 유치하고 유지하는데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 박 회장 =올해 한국 경제 전망에 대해 얘기해 보자.올해 경제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 북한 핵위기, 미국 경기회복이 관건인 것 같다.
내 생각엔 한국이 올해 5%의 성장률을 달성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 오벌린 회장 =GDP 성장률 등 경제지표상 올해 한국경제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북한 핵위기도 외교적인 해결을 통해 원만히 해결될 것으로 믿고 있다.
미국과 이라크간에 전쟁이 일어난다 해도 신속히 종결될 가능성이 크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김대중 대통령 정부가 진행해 온 개혁적인 경제정책들을 일관성 있게 유지하면 된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신뢰를 갖도록 해야 한다.
▲ 박 회장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포함된 대학교수들이 재벌개혁안 등 이것 저것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새정부가 충격적인 변화를 시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기업의 병폐는 점차 개선돼 왔고 개선되고 있다.
시장의 기능에 맡기면 된다.
삼성전자나 국민은행은 외국인 지분이 절반이 넘었다.
경영에 문제가 있다면 외국인 주주들이 하루 아침에 e메일을 교환해서 경영진을 교체할 수도 있다.
▲ 오벌린 회장 =지금까지 전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경영사례들을 도입해 온 주체가 소위 말하는 재벌들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 지난 5년간 6백억달러의 외국인 직접투자가 이뤄졌다.
경쟁력이 떨어지거나 계열사간에 불법적인 지원이 이뤄진다면 한국에 투자한 외국인들이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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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성 회장 약력 >
1940년 서울생
65년 서울대 상과대학 경제학과 졸업
69년 미 뉴욕대학교 경영대학원 졸업
84년 동양맥주 사장
95년 국제유도연맹 회장(현)
2000년 대한, 서울 상공회의소 회장(현)
2001년 두산중공업 회장(현)
2002년 IOC 위원(현), 국제상업회의소(ICC) 부회장(현)
< 윌리엄 오벌린 회장 약력 >
1943년생
65년 미국 퍼듀대 정치학과 졸업
미국 남가주대학 시스템 매니지먼트 석사
미육군 지휘관 및 일반 참모대학 군사학 석사
85년 보잉 입사. 우주 및 통신그룹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신규사업 개발.판매.마케팅 담당
2000년 보잉코리아 사장
2002년 보잉코리아 사장 재선임
정리=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