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이 전쟁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도하는 것은 옳은 일이다. 이는 군대는 물론 국민에게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유사시 언론과 군의 관계는 이론만큼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전쟁이 터질 때마다 군과 언론 사이에는 갈등이 있었다. 시카고트리뷴이 전쟁계획 공개 및 '일본해군의 암호가 풀렸다'는 보도로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을 격노하게 만든 것이 대표적 사례다. 언론과 군의 껄끄러운 관계는 베트남전쟁 당시 보다 뚜렷이 나타났다. 당시 미 국방부(펜타곤)와 언론은 서로의 사명에 대한 존경심,진실성,명예를 함께 잃어버렸다. 물론 군의 입장에선 '전선의 자유로운 취재'를 염려하는 여러 이유들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우려가 리얼타임 전송기술이 발달된 현시점에서는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전선보도'는 때로는 진행 중인 작전의 기밀을 누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1993년 소말리아사태의 경우처럼 대량학살 및 참혹한 광경 보도는 전쟁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약화시킨다. 국민들이 전쟁을 생생하게 지켜봄으로써 '너무 성급하게 공격을 시작하지 않았나'하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이른바 'CNN효과'도 발생한다. 군대는 그 성격상 불가피한 실패나 실수가 언론에 의해 공개되는 것을 원치 않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모든 요인들로 인해 군은 언론이 가능한 한 엄격히 통제되길 원한다. 실제로 91년 걸프전쟁과 지난해 아프가니스탄 전쟁때 미국 정부는 언론의 전선취재를 엄격히 제한했다. 중앙뉴스 통제실에서 전황을 설명하고,이를 각 언론이 똑같이 보도하기를 원했다. 결과적으로 많은 것들이 보도되지 않은 채 역사속으로 묻혔다. 2001년 탈레반지도자 물라 오마르 거처에 집중포화를 퍼부었을 당시에도 기자들은 어둠속에 갇혀 있었다. 그 대신 군이 '합동전투카메라센터'를 이용해 작전을 취재,방송사들이 이를 하이라이트로 방영하도록 했다. 방송사는 좋았을지 모르지만 저널리즘 발전을 위해서는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미군은 '기자의 전선취재 허용'에 대한 가치와 효용성을 점차 이해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5월 사헤코트밸리에서 '아나콘다'라는 작전이 펼쳐졌을 때 CNN방송의 마틴 사비즈 기자와 카메라맨에게 전선취재를 허용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결과는 기밀이 누설되지 않았을 뿐더러 일반국민과 군에 모두 큰 도움을 주었다. 10년 만의 비교적 독립적 전선취재였던 셈이다. 이라크전쟁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쿠웨이트 주재 미국 기자들은 이미 탱크부대와 함께 군사훈련을 받았다. 기자들이 군인들과 함께 생활하고,그들 속에 묻혀서 이라크전쟁을 취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방법이 최선은 아니다. 군인들과 함께 생활하는 기자들은 '지속적 전선접근'을 위해 가능한 한 그들과 우호적 관계를 맺으려 하고,때로는 '동지애' 때문에 그들을 영웅화하는 오류를 범하기 쉽다. 훌륭한 기자는 독립성 있는 정직한 기사를 쓰지만 나쁜 기자는 그렇지 못하다. 전선취재는 가능한 한 광범위하게 허용되는 게 좋다. 물론 기자의 신변안전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허용범위에 대한 판단은 전황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는 야전사령관에게 맡겨야 한다. 펜타곤이 섣불리 '전선보도 지침'을 시달한다면 이는 분명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정리=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 -------------------------------------------------------------- ◇이 글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실린 'News From the Frontline'이라는 칼럼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