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에게 경제교육을] 제1부 : (5) 소비 책임 스스로 깨닫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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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저지 레지우드에 사는 수잔 밴 버스코스씨(36.알파인초등학교 교사)는 장남인 앤드루(10)와 틈만 나면 '돈' 이야기를 나눈다.
'돈타령'이 아니다.
돈 버는 법, 돈 쓰는 법, 돈 관리법에 관한 토론이다.
"어렸을 땐 어른들 앞에서 돈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부모님도 우리 형제들이 듣는 데선 돈 얘기를 절대 안 하셨죠. 그러다 보니 돈을 관리하는 방법을 몰랐고 대학에 진학해 독립한 뒤 무진 고생을 해야 했어요."
수잔은 대학교 기숙사에 들어간 뒤 하루가 멀다 하고 집에 전화를 해댔다.
외로움을 전화로 달랬던 것.
그런데 한 달 뒤 날아온 고지서를 보곤 기절초풍을 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요금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부모님과 함께 살 때만 해도 전화요금이 얼마인지는커녕 고지서 한번 구경해본 적이 없었지요. 뭔가 잘 못 됐다는 것을 느끼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어요.
성인이 된 뒤 부딪칠 돈 문제는 어려서부터 배워야 한다는 사실을 그 때 절감했죠."
수잔이 앤드루에게 돈에 대한 교육에 나선 것은 1년 전.
이전엔 너무 어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이상 늦춰서는 안되겠다 싶은 일이 벌어졌다.
"아빠 생일을 하루 앞두고 앤드루가 생일선물을 사겠다며 10달러를 달라고 하더군요. 이틀 전에 준 용돈을 다 써버린 거죠. 아빠 선물을 사겠다는 앤드루가 기특해 보였지만 돈을 주지 않았죠."
돈을 주지 않은 대신 앤드루에게 저축의 필요성을 설명해줬다.
저축이란 '미래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돈을 쓰기 위한 준비'라는 개념을 앤드루의 머릿속에 심어줬다.
"앤드루가 고개를 끄덕이고 관심을 갖길래 당장 은행에 데려가 예금통장을 만들어줬죠. 이젠 앤드루는 아빠 생일선물을 사기 위해 더 이상 저를 찾지 않습니다. 은행을 찾죠."
그런 교육 덕분인지 앤드루는 요즘 들어 "베이비시터를 하겠다"고 조른다.
"베이비시터를 하기엔 너무 어리다"고 하자 '베이비시터'가 안되면 '도그시터'라도 하겠단다.
"아이들에게 돈에 대한 '책임감'을 심어주고 싶어요. 별 생각없는 지출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경험을 통해 깨닫게 해주려고 합니다. 자신의 소비는 스스로 책임지라는 점을요."
앤드루와 캐롤라인은 엄마의 가르침대로 용돈을 받으면 쓸 돈, 저축할 돈, 기부할 돈을 나누어 예산을 짠다.
놀라운 것은 쓸 돈과 저축할 돈보다 기부할 돈에 더 신경쓴다는 것.
"아이들에게 무조건 아끼라고 가르치진 않아요. 남을 위해 쓰는 법도 가르치죠."
수잔은 "부(富)와 마찬가지로 돈에 대한 지식도 상속된다"며 "경제를 제대로 가르치는 것은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인성교육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 아이들이 헛 돈을 쓰는 일은 결코 없을 겁니다. 일곱 살인 캐롤라인과 네 살인 케이트도 3학년만 되면 돈에 대해 가르칠 생각이니까요."
레지우드(뉴저지)=최철규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