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노조의 환경볼모 '강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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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전자가 또 프랑스 언론의 톱기사로 등장했다.
TV 브라운관을 생산하는 프랑스 현지법인(DOSA) 노조가 '환경오염'을 무기로 위로금 투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2주째 공장을 점거하고 있는 대우노조는 최근 주요언론사 기자들을 불러 지하 화학물질보관소를 보여준 뒤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염산과 플루오르화 수소산,납 등 독극물을 주변 시에강에 방류하겠다"고 밝혔다.
대우전자 프랑스 3개 생산법인중 전자레인지와 TV조립공장은 지난해 파산절차에 들어갔고,브라운관 공장도 법원의 최종 파산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어려운 상황이다.
브라운관 공장 노조원들은 회사폐쇄에 따른 정신적 위로금을 주장하고 있다.
회사로부터 받은 해고보상금이 충분하지 않으니 프랑스정부가 돈을 더 내놓으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이를 거부하자,노조는 '강물오염'을 무기로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에서 노조가 환경을 볼모로 투쟁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0년 화학섬유업체 셀라텍스 근로자들이 공장폐쇄에 따른 퇴직위로금을 요구하며 뫼즈강에 황산 5천ℓ를 방류,전국민을 경악케 했었다.
대우노조가 '환경오염'투쟁을 선언한 이후 프랑스 언론은 연일 대우사태를 대서특필하고 있다.
문제는 환경오염 투쟁만을 신랄하게 비난했던 셀라텍스 사태와는 논조에서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언론들은 노조투쟁 자체보다 '정부가 대우노조 협박에 굴복한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며 '대우 자체'를 핫이슈화하고 있다.
90년대 초반 대우가 자국기업 톰슨 멀티미디어를 1프랑에 인수할 뻔했던 에피소드와,김우중 전 회장의 프랑스 여권소지 등 노조파업과 관련없는 뉴스를 보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태가 엉뚱한 곳으로 확산되자 대우전자 판매법인은 당황해 하고 있다.
대우브랜드가 부착된 모든 상품의 판매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지 진출 한국업체들도 마음이 편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대우 프랑스 노조의 '환경오염'투쟁이 한국상품 전체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파리=강혜구 특파원 bellissim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