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뇌성마비 장애인 'SK그룹 공채에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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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뇌성마비 장애인이 SK그룹 공채에 당당히 합격해 화제다.
양 손과 오른쪽 다리가 불편한 3급 뇌성마비 장애인인 정훈기씨(28)는 지난해 말 실시된 SK그룹 신입사원 공채에서 6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다.
그는 시스템통합 업체인 SK C&C에서 지난 2일부터 사내연수를 받고 있다.
정씨는 지난 94년 서울대 임산공학과에 입학, '뇌성마비 장애인 최초의 서울대생'으로 화제를 모았으나 98년 졸업 후 5년 동안 취업 관문을 뚫지 못했다.
작은 벤처회사에서 6개월 동안 업무 보조를 할 수 있었을 뿐 그를 정식으로 채용하려는 기업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99년 1년간 일본재활협회에서 실시하는 '더스킨 아시아태평양 장애인 리더 육성사업'에 한국대표 1기 연수생으로 참가했다.
일본국립재활센터에서 4명의 장애 아시아인과 함께 생활한 경험을 담아 '도전만이 희망이다'는 책과 일본 만화 '인생을 변화시키는 작은 원칙들'을 출간하는 등 직장생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정씨는 "이제 부모님 그늘에서 벗어나 명실상부하게 성인식을 치른 기분"이라며 "장애가 있어도 불편하지 않은 세상을 만드는 IT 엔지니어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시험 편의를 위해 장애인용 답안지와 별도 고사장을 제공했을 뿐이며 정씨는 다른 입사 지원자들과 똑같은 평가과정을 거쳐 6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당당하게 합격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소아마비 장애인이 대기업에 입사한 적은 있으나 정씨와 같은 중증 장애인이 입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SK측은 덧붙였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