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09:52
수정2006.04.03 09:54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9일 언론사에 부과했던 과징금을 지난해 말 취소했던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해 감사원의 '특별감사'를 요청,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정위 결정을 더 이상 문제삼지 않겠다"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공식 발표를 뒤집고 감사원이 진상 파악에 직접 나서도록 노 당선자가 요구한 것은 예사롭지 않다는 지적이다.
차기 정부의 '재벌개혁'을 앞장서 추진해야 하는 공정위의 위상을 감안하면 이번 조치는 공직사회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가 공무원 사회의 '인적 청산'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 '인수위 조사로는 진상파악 어렵다'
노 당선자가 공정위의 언론사 과징금 취소결정에 대해 감사원의 특별감사를 요구한 표면적인 이유는 '인수위 차원에서의 정확한 진상 조사가 어렵다'는 것.
정순균 인수위 대변인은 9일 "지난 98년에도 인수위가 PCS 사업자 선정과 관련한 의혹을 조사하라고 감사원에 요구했었다"며 "인수위 경제1분과에 공정위 결정의 진상을 알아보도록 지시했으나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노 당선자는 인수위가 공정위 결정에 더 이상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다고 말한데 대해 질책했다"며 "시민단체뿐만 아니라 인터넷 등에서 나타난 여론 등을 감안해 감사청구를 했다"고 설명했다.
◆ 공정위의 공정성 검증
관가는 '재벌개혁' 등 일련의 개혁조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노 당선자가 가장 먼저 칼을 빼든 곳이 공정위라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공정위는 출자총액 제한, 상호지급보증 금지 등 기업과 관련된 규제를 하고 있는 정부기관이기 때문이다.
'공정위의 공정성'을 의심할 만한 여지를 남겨둔 채 새 정부가 '재벌개혁'에 나설 경우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는 판단이 이번 조치의 근본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노 당선자가 표면적으로는 언론사 과징금 부과를 취소한 공정위의 결정 자체를 문제삼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같은 결정을 내린 사람들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되고 있다.
노 당선자는 언론사들에 1백82억원의 과징금을 면제해준 공정위 위원들의 결정이 석연치 않다며 세 차례나 경위 파악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 감사원 정기감사 앞당겨 실시
감사원은 다음달로 예정된 공정위 정기감사를 앞당겨 실시하기로 했다.
빠르면 노 당선자 취임 이전에 공정위 결정의 전모가 밝혀질 가능성이 높다.
공정위 위원들의 자체 판단으로 언론사 과징금을 취소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관련위원들을 교체하는 수준에서 매듭지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현 정부가 개입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문제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소지도 배제할 수 없다.
퇴임을 앞둔 현 정부가 언론에 '봐주기'식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는 얘기도 일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