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불교 사원에서 도덕 재무장교육을 받고 있어 화제다. 청백리로 이름난 잠롱 스리무앙 전 방콕시장이 불교 사원과 함께 마련한 3일짜리 'CEO 리더십 과정'에 태국 기업인들의 참여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주말에는 자산규모 상위 1백20대 기업 CEO들이 한꺼번에 입소, 대성황을 이뤘다. 기업인들은 불교 사원에서 스님들과 함께 밭을 갈거나 허드렛일을 하며 노동의 신성함을 배운다. 새벽 4시30분 기상, 조깅과 맨손체조로 하루를 시작하는 CEO들은 오후 늦게까지 고된 육체적 노동을 체험한다. 이들에게는 작업복과 누더기 밀짚모자가 주어지며, 잠자리는 볏짚으로 얇게 만들어진 소형 침대가 제공된다. 일터로 이동할 때는 트럭 짐칸을 이용해야 한다. 교육과정에는 부하 직원들의 고충을 생각해 보는 토론도 포함돼 있다. 바람직한 지도자란 '베푸는 사람'이며 '봉사자'가 돼야 한다는 불교사상에 대해 CEO들은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눈다. 명상을 통해 '명령자'요 '수혜자'였던 자신들의 모습을 반성하는 참선의 시간도 갖는다. 교육기간 중에는 채식만 허용되며, 탐욕을 버리기 위한 별도의 기도와 수련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스님들은 사회적 책임감이 높은 기업인이라면 부부간 성생활도 자제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잠롱 전 시장과 푸라차이 피움솜분 법무장관 등 도덕성 높은 인사들이 특별 연사로 참여, 청렴 근면 정직 절약 등을 가르치는 강좌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잠롱 전 시장은 "좋은 기업가는 효율적인 업무 수행능력뿐 아니라 높은 도덕성으로 무장해야 한다"며 "욕심을 버리라는 불교의 가르침은 기업 부패를 방지하는데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부분 농촌 출신인 CEO들도 "고된 일을 하면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릴 수 있어 마음가짐이 새로워진다"며 좋은 반응을 보여 CEO들이 거쳐야할 필수 교육과정으로 자리잡게 될 전망이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