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 매각을 놓고 현 정부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민주당 사이에 미묘한 시각 차이가 드러나고 있다. 10일 전윤철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정세균 민주당 정책위 의장 등이 가진 '당정 조찬모임'은 그런 분위기를 엿보기에 충분했다. 재경부측은 모임이 끝난 뒤 "당초 일정대로 조흥은행을 (조기) 처리할 것이라는 방침을 설명했고, 민주당쪽도 이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쪽의 설명은 달랐다. 구체적으로 오간 내용에 대해서는 일절 함구하면서도 "신중한 처리를 당부했다"는 대목을 강조했다. 양쪽의 얘기를 모으면 "조기 매각하되 신중하게 처리한다"는 것인데, 어쩐지 앞뒤가 안맞는다. 이번 조찬모임이 민주당의 제의로 이뤄졌다는 사실은 그런 '엇박자'의 수수께끼를 푸는 실마리를 던져준다. 민주당은 대통령선거 직후 '조흥은행 조기매각 반대' 주장을 내놓았다가 논란이 빚어지자 "정부에 맡기겠다"고 한걸음 물러서면서 "헐값매각으로 흘러갈 경우에는 역할을 하겠다"고 토를 단 바 있다. 이날의 회동에서 민주당측이 '신중한 처리'를 당부했다는 말을 예사롭게 들어넘길 수 없는 이유다. 조흥은행 문제에 관한 인수위측 입장도 미묘하긴 마찬가지다. 인수위 핵심 관계자들은 '은행간 합병을 통한 대형화 유도'라는 현 정부의 금융구조조정 대원칙 자체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를 밝혀 왔다. 재경부의 인수위 업무보고 때 일부 위원들이 "인수합병을 통한 대형화가 은행의 경쟁력을 길러준다는 증거를 대보라"며 따져묻기도 했다.'합병'을 전제로 한 조흥은행 매각방향에 대한 인수위측의 거부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처럼 세 곳의 입장이 묘하게 엇갈리는 가운데, 조흥은행 매각은 결국 노무현 차기 대통령의 몫이란 점을 염두에 두고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조흥은행 매각 본계약은 어차피 노 당선자 취임 이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 때 '헐값 매각'이라는 논란에 휩싸이면 "그건 전임 정부가 한 일"이라고 책임을 피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두 개의 정부, 하나의 여당이라는 임시체제에서 비롯된 혼선을 정리하는 것은 노 당선자의 몫으로 보인다. 김용준 경제부 정책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