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TV 일일극 '인어아가씨'의 여주인공은 극 전반, 이복동생의 약혼자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다. 아버지의 외도로 부모가 이혼한 뒤 남동생이 죽고 어머니마저 실명한데 대한 복수였던 것. 아무 것도 모른 채 결혼 직전 약혼자를 빼앗긴 동생은 정신이상을 일으킨다. 극단적인 경우를 상정한 것이겠지만 실제 이혼의 후유증은 끔찍하다. 이혼은 가족해체를 낳고 이는 '인어아가씨'에서처럼 당사자들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자식을 비롯한 주위사람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다. 양쪽이 모두 자녀 양육을 기피하는가 하면(아동 유기), 경제력이 없는 부모 또한 나몰라라(노인 부양 회피) 함으로써 청소년 비행과 범죄 증가 등 사회불안을 야기시킬 확률도 높다. 국민이 부담해야 할 사회복지비가 늘고 결혼 기피에 따라 독신자가 증가, 가뜩이나 낮아지는 출산율을 더욱 떨어뜨릴 가능성도 크다. 대만 의회가 이혼율 감소를 위한 특단의 조치로 '가정교육법'을 제정했다는 소식이다. 급증하는 이혼을 줄이자면 결혼의 의미와 가족에 대한 책임감 등을 가르치는게 급하다며 결혼하려면 남녀 모두 지자체에서 실시하는 '행복한 가정 만들기' 교육을 4시간 이상 이수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혼문제는 우리가 대만보다 더 심각하다. 우리나라의 조이혼율(인구 1천명당 이혼율)은 지난해 10월 현재 2.8로 미국과 영국에 이어 세계 3위고, 통계청의 '2000년 혼인ㆍ이혼'을 보면 하루 평균 9백15쌍이 혼인하고 3백29쌍이 이혼한다. 가정이 무너지면 사회 전체가 무너진다. 대만의 경우 결혼교육과정 이수를 법으로까지 제정한 것은 어떻게 해서든 급증하는 가정붕괴를 막아보려는 노력일 것이다. 할리우드에서 가장 중시하는 주제가 가족이라고도 한다. "그런 걸 법으로…" 할게 아니라 우리도 하루속히 가정의 중요성, 남녀의 차이, 상대방을 배려하는 자세, 여성의 의식변화와 사회진출 증가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 가족관 등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 여성이 가정과 직장 생활을 양립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배려가 증대돼야 함도 물론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