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 매각 작업이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정부.여당이 헐값매각 논란과 노동계 반발 등을 불식시킬 '묘책 찾기'에 부심하고 있다. 정부가 현 정권내에서 조흥은행 매각을 일단락 짓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내에서는 '조흥은행 매각을 서둘 필요가 없다'는 신중론이 조심스럽게 대두되고 있다. 10일 전윤철 경제부총리와 정세균 민주당 정책위 의장간의 조찬 회동 사실이 알려지면서 '신중론'이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물론 아직은 물밑에서의 논의일 뿐 공식화되지는 않고 있다. 일단은 오는 16일로 예정돼 있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가 1차적인 관심사다. 이날 회의에서 조흥은행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를 최종 확정한다는게 현 정부 방침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경영권을 포함해 정부 지분을 모두 넘기지 않으면 제값을 받을 수 없고 지금이 적기"라며 "조흥은행 매각을 현 정부 내에서 마무리할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확인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이 구체적 내용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는 10일의 조찬모임이 공자위 회의에 모종의 '변수'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 정부 "조흥은행 조기매각 변함없다" 10일의 '미니 당정회의'에서는 전반적인 경제현안이 폭넓게 논의됐지만 "핵심안건은 조흥은행 처리문제였다"는게 양쪽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 자리에서 정 의장은 전 부총리에게 "조흥은행을 신중하게 처리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헐값 매각시비와 노조반발 속에 정부가 조흥은행 매각을 강행할 경우 노(勞).정(政)간 대립구도가 불거질게 뻔하고 이는 새로 출범하는 정부에 적지않은 부담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도 인수위와의 첫 회의때 "노조와의 마찰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라"고 지시한 바 있다. 전 부총리는 10일의 당.정 회동에 이어 11일에는 이용득 금융노조위원장을 만나 노조의 파업자제 등을 요청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 노조 달랠 수 있는 방안 있나 정부로서는 헐값 시비도 문제지만 당장 금융노조의 반발이 관건이다. 조흥 노조는 지난 9일부터 매각 반대투쟁을 재개했다. 인수위 동향을 주시하다가 지난 2일 "조흥은행 매각은 정부에 맡긴다"는 방침이 발표되자 투쟁을 재개했다. 노조는 당초 11일 7천여명이 모이는 대규모 집회와 인수위 항의방문을 계획했었다. 그러나 민주당측이 재경부에 "서둘지 말 것"을 요청키로 함에 따라 집회를 연기했다. 민주당은 오는 14일엔 '은행산업의 경쟁력 제고방안'이란 정책심포지엄도 열기로 했다. 노조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용득 금융노조위원장은 "정부의 추진방향을 주시하겠다"며 "정부가 매각을 진행하면서 노조를 달래는 등 '이중플레이'로 사태를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강경대응 방침을 분명히 했다. ◆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새 정부의 정책노선 방향을 잡는 인수위쪽에서는 좀 더 강경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조흥은행 매각을 다시 원점으로 돌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인수위측은 최근 재경부 현안보고때 "은행을 대형화해서 경쟁력을 갖춘다는 증거가 있으면 가져와 보라"고 관료들을 다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위원은 "은행산업이 장기적으로 어떤 전망을 갖춰야 하는 것인 지에 대한 연구검토 후 은행 정부 지분처리에 대한 새 정부의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조흥은행 정부지분(80.05%)을 일괄 매각할게 아니라 시장에 분산 매각하고 경영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두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인수위 입장은 앞으로 조흥은행 뿐 아니라 공적자금을 받은 경남 광주은행 등의 우리은행 통합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민주당.인수위간의 의견이 어떻게 조율될지 관심이다. 차병석.박수진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