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그동안 논란이 됐던 금융현안들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그동안 한국은행과 재경부간의 입장차가 뚜렷했던 현안이 원화의 디노미네이션이다. 디노미네이션에 대해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사람은 박승 한국은행 총재다. 박 총재는 "국제적으로 우리 위상에 걸맞은 통화를 운영하고 앞으로 있을 남북통일에 대비하기 위해 원화의 디노미네이션은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재경부를 비롯한 반대측은 "현재 우리는 원화의 디노미네이션을 추진할 만큼 경제가 불안하지 않다"며 "오히려 현 시점에서 일종의 화폐개혁인 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할 경우 경제적으로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원화의 디노미네이션은 언젠가는 추진해야 한다. 문제는 정책추진에 따른 비용이 워낙 크다는 점이다. 현 시점에서 원화의 디노미네이션을 추진할 경우 예상되는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시간을 갖고 중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하고 추진한다 하더라도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원화의 디노미네이션 못지 않게 갈등을 빚어온 현안이 고액권 발행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추진의지를 보이고 있는 박승 한은 총재는 "화폐의 본질적 기능인 거래의 편리성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경제규모에 맞는 권종(卷種)을 가져야 되고 수표발행 비용을 줄이기 위해 고액권을 발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반면 고액권 발행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현행 화폐사용에 따른 불편이 없는 상황에서 고액권을 발행하면 인플레가 유발되고 뇌물수단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들어 부정적이다. 이 문제는 국민들이 화폐사용에 따른 불편함을 얼마나 느끼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조사대상자의 81%가 고액권 발행에 찬성하고 있다. 이 점을 감안하면 원화의 디노미네이션과 별도로 고액권 발행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외환보유고를 추가적으로 계속 적립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도 차기 정부 출범 시점에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박승 한은 총재는 독일의 경제위기를 예로 들어 "추가적으로 적립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그동안 추가 적립을 주장해온 사람들도 "이제는 운용수익을 적립하는 것 이외에 인위적인 추가 적립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쪽으로 입장이 선회되고 있다. 이 문제는 기회비용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현재 외환보유고는 모든 판단기준으로 볼 때 적정수준을 넘고 있다. 상대적으로 국민경제 효율 측면에서 보면 외화수요가 필요한 곳이 많다. 지금은 추가 적립보다는 과다보유분을 잘 운용해 외화보유에 따른 기회비용을 줄이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한국은행이 외화금리의 국제기준이 되는 새로운 지표로 제안해온 키보(Kibor)금리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키보금리는 'Korea inter bank offered rate'의 머릿글자를 딴 용어로 서울 시중은행간의 금리를 의미한다. 키보금리가 도입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두가지 점이 전제돼야 한다. 하나는 국내 외환시장이 아시아 외환시장을 대표할 수 있을 정도의 대표성을 확보해야 하고 다른 하나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정도의 보편성을 띠어야 한다. 결국 이런 조건을 토대로 국내 외환시장의 여건을 점검해 보면 키보금리는 당장은 도입될 수 없다. 그렇지만 국내 외환시장이 국제금융센터로 발전되기 위해서는 언젠가는 검토해야 할 문제다. 지금부터라도 키보금리를 도입하기 위한 제반 과제들을 착실히 준비해 나가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