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적 성장'과 '도전정신'. 국내 게임업계의 간판주자인 엔씨소프트 김택진 사장(36)이 내건 2003년 경영 화두다. 김 사장은 "지난 2년여 동안 기업인수·합병(M&A)과 해외 진출 등을 적극 추진한 덕분에 회사 규모가 커지고 게임군도 모습을 갖췄다"며 "올해는 포스트 리니지의 원년인만큼 내부 역량을 강화하는 질적 성장을 통해 회사의 능력을 평가받겠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2000년 미국 게임개발사 데스티네이션스 인수를 시작으로 지난해 판타그램 인수 등 국내 게임업체 가운데 가장 왕성한 M&A 활동을 벌였다. 김 사장은 "올해는 덩치보다는 내실에 주력할 생각이어서 매출목표도 예년보다 낮게 잡았다"며 "올 매출과 순이익 성장률은 전년 대비 21%와 10% 수준"이라고 밝혔다. 엔씨소프트의 지난해 매출 추정액은 약 1천5백억∼1천6백억원이다. 오랜 숙원이던 중국 합작법인 설립이 완료된 것도 김 사장이 내부로 시선을 돌리는 요인이다. "최근 시나닷컴과의 법인 설립이 완료돼 한국 대만 중국을 잇는 아시아의 트리오 시장 구축이 완료됐습니다.중국 최대 포털사업자인 시나닷컴의 마케팅 노하우를 앞세워 중국시장에서 새로운 '리니지'신화를 만드는데 주력할 생각입니다." 김 사장은 중국을 '제2의 연구개발센터'로 삼는 차별화 전략을 통해 후발주자의 한계를 극복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미 상당수 국내업체들이 게임서비스를 하고 있으나 중국을 단순히 물건 파는 시장으로만 여기는 라이선스 형태의 진출로는 장기적인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고 봅니다.'리니지'가 성공을 거둘 경우 시장 확대를 위해 온라인게임 디자인 및 개발센터를 중국 내에 설립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는 또 게임박람회 참가를 통한 회사 브랜드 알리기와 비디오게임 시장 변화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오는 5월 미국에서 열리는 E3쇼에 처음으로 대규모 단독부스를 마련해 참가합니다. 엔씨소프트가 '리니지'하나에 의존하는 개발사가 아니라는 모습을 보여줄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이미 EA 비방디 등 세계적인 게임회사들의 부스가 들어서는 전시장의 대규모 공간을 예약해 뒀다.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올해부터 국내에서 시작하는 비디오게임기의 온라인서비스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중이다. 김 사장은 "현재 자회사인 판타그램이 개발중인 X박스 라이브용 게임인 '크루세이더'를 하반기께 선보일 예정"이라며 "엔씨소프트의 온라인게임 노하우와 판타그램의 3차원그래픽 능력이 결합된 작품인만큼 충분한 시장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자신했다. 김 사장은 올해 국내 게임시장은 치열한 경쟁과 이에 따른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게임시장이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장르간 편중현상과 함께 과당경쟁조짐마저 보이고 있습니다.연말쯤이면 이러한 과당경쟁에 따른 부작용이 드러나 내년에는 업체간 이합집산이 불가피할 겁니다." 약 1천억원의 현금을 확보하고 있으면서도 김 사장이 올해 내부단속에 나서는 것도 이러한 경쟁과 이합집산에 대한 대비책이기도 하다. 김 사장은 "그동안은 시장지배력 덕분에 소극적인 마케팅으로도 충분히 경쟁에서 앞설 수 있었으나 내외부의 시장환경이 크게 변하고 있다"며 "올해는 과거의 보수적인 마케팅전략에서 탈피해 중국이나 국내에서 엔씨소프트의 도전정신을 보여주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