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09:57
수정2006.04.03 09:59
"전문대는 공부 못하는 학생들이 오는 곳이라고요? 이제는 명분보다는 실리를 택하는 알짜배기 학생들이 미래를 준비하는 배움터입니다."
전문대 입시가 한창인 12일 만난 강병도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의 얼굴에는 4년제 대학과의 경쟁에서도 전문대가 뒤지지 않는다는 강한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전문직업인 양성'을 위해 설립된 전국 1백56개 전문대의 현 재학생은 70여만명.
과거 4년제 대학에 들어갈 실력이 못되는 학생들이 가는 곳이라는 사회적 인식에서 이제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이 재교육을 위해 다시 찾을 정도로 위상이 높아져가고 있다고 강 회장은 설명했다.
"지난해 전문대 졸업생의 취업률은 80.7%로 4년제 대학 졸업생의 60.7%보다 20%포인트 가까이 앞섰습니다. 1백% 취업률을 기록한 학과가 1백10개과에 이르고, 3백여개 학과가 90% 이상 취업률을 기록할 정도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하고 있죠."
강 회장은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지난 98년부터 많은 전문대가 4년제 대학과 같은 시기에 신입생을 뽑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3년제로 전환하는 학과들이 늘어나는 등 전문대 교육도 질적 변화를 이루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강 회장은 지금을 전문대의 비약적인 발전기이면서 동시에 위기의 시기라고 규정했다.
청년실업이 심각해지면서 취업이 잘 되는 전문대로 많은 학생들이 몰리고 있지만 동시에 수험생 수가 줄어들면서 전문대와 4년제 대학간의 '신입생 모시기' 경쟁도 그만큼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원을 채우지 못한 일부 4년제 대학들이 수시모집을 통해 실업계 고교 학생 모시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심지어 장학금 혜택까지 제시하는 대학도 있죠. 지난 98년부터 전문대는 실업계 고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계교육을 통해 우수 전문인력을 양성해 왔는데 이런 식으로 '학생 빼가기'를 한다면 앞으로 많은 전문대들이 경영에 어려움을 겪을 겁니다."
그는 전문대 발전을 위해서는 현재 전문대 학제를 2년제와 3년제로 일괄적으로 규정하는 관련법 개정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직업교육이 잘 발달한 유럽의 경우 직업대학(전문대학)의 학제는 1∼5년까지 다양합니다. 직업의 종류에 따라 교육기간을 유연하게 조정하고 있죠. 예를 들어 국내 전문대의 학제도 제빵과는 1년, 정보기술(IT)과는 3년, 생명공학(BT)과 항공분야 과는 5년과정 등으로 조정한다면 교육받는 학생과 인력을 채용하는 기업 모두 만족할 수 있을 겁니다."
끝으로 그는 앞으로 전문대가 '직업교육과 평생교육의 공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기적으로는 전문대도 고급 직업교육을 위한 대학원을 운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울러 미래의 전문대는 직장인들이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재충전할 수 있도록 '기술인력을 위한 평생교육기관'으로 변화해야 할 겁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