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 권기홍 사회.문화.여성분과 간사는 지난해 11월 초 대학강단을 떠나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민주당 대구시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대구지역 선거운동 사령탑으로 변신했다. 교수생활 18년 만의 첫 '외도'였다. 노 대통령 당선자가 대구지역 공략을 앞두고 "마땅한 야전지휘관이 없으니 같이 찾아보자"고 말했다가 본부장까지 맡겼다. ◆ 뇌성마비 아들 둔 아버지의 마음으로 =권 간사는 뇌성마비 장애인 아들을 두고 있다. 그가 10년간의 독일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한국은 아들을 뒷바라지하기에는 너무나 사회복지 환경이 척박한 곳이었다. 그는 독일의 시민복지운동 모델을 본떠 지난 86년 '뇌성마비 장애자와 더불어'라는 시민운동단체를 만들었다. 이어 '더불어 복지재단'(97년)과 '장애인 주간보호센터'(98년)를 설립해 운영하는 등 장애인 복지활동에 깊숙이 관여해 왔다. 그는 이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구호 중심 복지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장애인 복지정책의 새로운 핵심개념인 '탈시설화'로 인해 중증장애인들이 오히려 복지수혜의 사각지대에 내몰리게 되는 등 복지 전문가들의 어설픈 전문성이 구호 중심의 복지정책을 만들고 있다."(매일신문 2001년 10월15일) 권 간사는 사회복지문제에 접근하면서부터 자연스레 빈부격차 장애 성 등을 둘러싼 각종 차별에 대한 관심도 각별해졌다. 특히 유럽사회주의의 본산인 독일에서 경제학을 공부하는 동안 '성장'과 '분배'와 관련한 고정관념을 깼다. 그는 박사학위 논문 '소득재분배 정책이 경제성장과 구조변화에 미치는 영향'(84년)에서 "성장과 분배간 조화는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수리적으로 증명해 보였다. '공동결정'이라는 형태의 독일식 노동자 경영 참가를 직접 목도한 경험을 바탕으로 '독일의 노동자 참가제도'(창작과비평사.95년)를 연구하기도 했다. 권 간사는 사형제도 폐지론자다. "비록 살인범이라 할지라도 인간생명의 소중함은 불가침의 절대영역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 외줄 세우기 문화 청산해야 =권 간사는 교육부문의 경우 입시과열을 해소하기 위해선 학벌 위주의 사회를 타파해야 한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입신양명하기 위해서는 일류대학에 들어가야 한다는 외줄 세우기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한 입시과열에서 벗어날 수 없다."(매일신문 2001년 8월6일) 그는 대학입시의 완전 자율화를 주장한다. "대학마다 자기 책임하에 자체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도록 완전한 자율권을 주자", "정권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되는 대학입시 정책실험은 이제 그만하자"는 것. 그러나 입시열풍을 잠재우기 위한 권 간사의 근본처방은 '대학 가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드는데 있다. 그는 "교육 정상화는 대학 진학 이외의 다른 영역을 개발하는 데서 출발한다"(매일신문 2001년 11월12일)는 견해를 피력했다. 이를 위해 직업교육의 공교육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 실업계 고등학교에 대해 파격적인 예산지원을 하고 실업계 중학교 신설도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 정의감 행정능력 등 덕장 덕목 두루 갖춰 =영남대 송강락 기획처장은 권 간사에 대해 "정의감이 강하다"고 소개했다. "권 간사는 부친이 대구에서 유명한 의사였기 때문에 가정환경이 유복한 편이었는데도 어려운 사람의 처지를 잘 이해한다"며 "부인도 장애인 재활센터를 운영하는 등 사회사업에 열심"이라고 말했다. 권 간사는 행정능력도 탁월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송 처장은 "대학교수로서는 드물게 행정능력이 뛰어나다"며 "과거 기획처장 시절 국책공대 사업으로 4년 연속 최우수 평가를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권 간사와 절친한 영남대 김태일 정외과 교수는 "유교집안에서 태어나 겸손하고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가 깊은 데다 개혁적이어서 대구지역 지식인사회의 중간허리 역할을 담당해 왔다"며 "빈곤층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편에 서서 정책을 입안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 ◆ 약력 △ 1949년생 △ 경북고 △ 서울대 독어독문과 △ 독일 프라이부르크알베르트루트비히 경제학 박사 △ 영남대 상경대 경제학과 교수 △ 대구사회연구소장 △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 주요 저서 및 논문 △ 소득재분배 정책이 경제성장과 구조변화에 미치는 영향(박사논문) △ 독일의 노동자 참가제도 △ 북한체제의 이해(공저) △ 사회정책.사회보장법(공저)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