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테니스의 희망' 이형택(27·삼성증권)이 마침내 세계정상에 올랐다. 이형택은 아디다스 인터내셔널 테니스대회(총상금 38만달러)에서 우승,한국 테니스 사상 첫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급 대회의 우승컵을 차지하는 쾌거를 일궈냈다. 세계랭킹 85위인 이형택은 지난 11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대회 남자단식 결승에서 세계랭킹 4위인 후안 카를로스 페레로(스페인)를 상대로 2시간37분의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2-1로 역전승했다. ATP투어 사상 예선 통과자가 정상에 오른 것은 이형택이 처음이다. 한국은 지금까지 이형택이 지난 2000년 그랜드슬램 중 하나인 US오픈 16강에,2001년 ATP투어인 미국 남자클레이코트챔피언십 결승에 오른 것이 역대 최고 성적이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1회전에서 1-2로 역전패했던 페레로와 재격돌한 이날 결승은 한 편의 드라마였다. 이형택은 포핸드 스트로크로 승부한 반면 세계 정상급의 페레로는 시속 1백90㎞를 넘나드는 빠른 서비스와 민첩한 몸놀림으로 공략했다. 기선은 페레로가 잡았다. 이형택은 긴장이 풀리지 않은 듯 1세트에서 자신의 서비스 게임을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불과 29분 만에 4-6으로 졌다. 하지만 2세트 들어 이형택은 서비스 게임을 지키며 5-2로 앞서 나갔다. 이형택은 페레로의 추격으로 6-6 타이 브레이크까지 몰렸으나 7-6으로 2세트를 따내 세트스코어 1-1을 만들었다. 이형택은 마지막 3세트에서 초반 0-3으로 끌려갔다. 그러나 페레로의 실수를 놓치지 않으면서 역전극의 서막을 올렸다. 결국 두 선수는 6-6을 만들면서 타이 브레이크 게임을 맞았다. 페레로의 첫 서비스를 따내 1-0으로 앞선 이형택은 급격히 체력이 떨어진 페레로의 스트로크가 라인을 넘으며 3-0으로 앞서 나갔다. 이어 서비스 에이스까지 성공하며 6-4를 만든 뒤 11번째 게임인 매치포인트에서 페레로의 포핸드 스트로크가 사이드라인을 벗어나는 순간 승리를 확정지었다.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