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시장에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 가장 주목해야 할 움직임은 은행들이 앞다퉈서 예금금리를 내리고 있는 점이다. 외환은행을 필두로 대부분 시중은행들이 예금종류별로 금리를 0.1~0.2%포인트 인하했다. 이번에 예금금리를 내림으로써 현재 시중은행들의 예금평균금리는 연3.9%로 떨어졌다. 한국 금융역사상 처음으로 4%밑으로 떨어졌다. 소비자물가를 감안한 실질예금금리도 "0"%대에 진입한 셈이다. 예금금리가 떨어지고 북한 핵문제를 비롯한 지정학적인 위험이 높아짐에 따라 재테크 자금구조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올들어 6일만에 시중은행들의 저축성 예금이 무려 3조7백억원이나 줄어들었다. 고객예탁금도 8조원 밑으로 떨어졌다가 지난 8일 회복됐다. 대신 수시입출금 단기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에는 6조3천7백억원의 신규자금이 유입됐다. 단기상품 위주로 채권형 상품에도 4천3백억원의 시중자금이 몰렸다. 자금사정이 풍부한 반면 전통적인 대출거래선이었던 기업대출과 지난해 주수익원이었던 가계대출이 어려워짐에 따라 은행들은 예금금리를 더 떨어뜨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같은 은행의 예금금리 인하조치 이후 새롭게 나타나고 있는 재태크 시장의 변화는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말 재건축 아파트,오피스텔로부터 얼어붙기 시작한 부동산 시장의 냉각조짐이 올해 들어서는 주상복합 아파트,상가,신규분양 시장 등 전체 부동산 시장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부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최고 1억원 정도 떨어졌다. 오피스텔,주상복합 아파트의 계약률도 20~30% 수준에 그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이같은 냉각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부동산 시장에 팔기 위해 나와 있는 매물(매매,전세,월세매물 포함)은 서울지역에서만 22만건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물량이 소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반면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상속세,증여세에 완전포괄주의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힘에 따라 무기명채권이 없어서 못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대부분 무기명채권 거래는 사는 측이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이에도 불구하고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들어 부유층을 중심으로 무기명채권을 대량으로 사들이고 있는 것은 투자자의 이름을 기재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완전포괄주의가 도입된다 하더라도 상속세,증여세를 회피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새해 들어서자마자 원화 환율의 하락세가 빠르다. 지난주말의 경우 원화 환율이 1천1백78원대까지 떨어져 지난해 7월 이후 5개월만에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한가지 유념해야 할 것은 올들어 원화 환율이 하락되는 것은 북한의 핵문제,이라크와의 전쟁우려에 따른 반사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런 지정학적인 위험이 해소될 경우 원화 환율은 정상수준을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올해는 새 정부가 출벌한 첫 해인 만큼 주가가 크게 올라갈 가능성이 높아 주가 움직임에 따라 환율수준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5년 단임제를 택한 다음 국내금융 증권시장은 이같은 추세를 반복해왔다. 그런 만큼 현재 예상대로 올 4월 이후 주가가 오를 경우 외국인 자금의 유입으로 원화 환율의 하락세가 본격화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올해는 국내기업들이 1천1백원 내외의 원화 환율수준에 대비해 놓을 필요가 있다. 한상춘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