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율 상승과 현금 서비스 비율 축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카드사들이 새해를 맞아 새로운 광고로 심기일전을 다짐하고 있다. 모델을 대대적으로 교체한 것은 아니지만 광고 전략은 지난해와 사뭇 다르다. 삼성카드는 지난해와 똑같이 정우성이 모델로 나오는 신년 광고를 선보였다. 하지만 정우성은 고급스러운 상류층의 이미지를 버리고 인파에 묻혀있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나온다. 광고 분위기도 카드회사 광고라기보다는 그룹 이미지 광고에 가깝다. 북적거리는 출근길.길을 가득 메운 인파 속에 정우성이 걷고 있다. 그가 환하게 웃는 모습과 함께 "당신이 필요로 할 때 늘 가까이 있겠습니다"라는 카피가 흐른다. 현대카드는 세 글자 반말성 카피로 승부수를 띄웠다. 새로운 카피는 "누려라".지난해 인기를 모았던 "떠나라"와 "따져라"에 이은 세번째 짧은 카피다. 모델로는 지난해 활약했던 정준호와 장진영이 그대로 나온다. 빨간 스포츠카를 가지고 싶은 여자친구 장진영.정준호는 그녀를 위해 현대 카드를 이용해 자동차를 산다. 서류에 서명하는 정준호의 머리 위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광고 전체에 흐르는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서명하는 장면은 정우성-고소영 콤비의 삼성카드 광고와 유사하다. 지난해 "부자되세요"라는 유행어를 만들어 냈던 BC카드는 올해도 동일한 카피로 고객에 다가간다. 하지만 톡톡 튀는 김정은 대신 일반인을 모델로 기용해 광고에 친근함을 더했다. 모두 세 편으로 제작된 광고의 주인공은 중년의 아버지와 젊은 엄마,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다. BC카드는 조금 더 넉넉해지고 싶은 보통사람들의 소박한 소망을 부자가 되라는 신년 덕담에 담았다. BC카드는 현재 지난해 모델로 활약했던 김정은과 재계약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 최고 대우를 요구하는 김정은이 얼마를 받고 BC카드와 재계약할 지가 관심거리다. 지난해 박찬호의 부진으로 우울한 한해를 보냈던 국민카드는 다시한번 박찬호를 믿기로 했다. 새해 컨셉트는 "국민".박찬호는 광고 속에서 힘든 순간에도 국민들이 있기에 힘을 낼 수 있었다고 밝힌다. 광고 카피로는 "나에겐 국민이 있다"로 정했다. 신용카드 이름과 광고의 카피를 절묘하게 결합시킨 셈이다. 광고 분위기도 이전과는 많이 다르다. 마치 스포츠 브랜드 광고를 보는 듯 운동선수의 역동적인 모습이 잘 살아있다. 지난해 고아원을 찾는 등 친근한 이미지를 주려고 노력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