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형 < 인터파크 사장 ceo@interpark.com >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나를 보고 아이디어가 많다고들 한다. 사업 초창기에는 제법 도움이 되었는데,조직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규모에 이르러서는 실무자들을 제법 귀찮게 하는 모양이다.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마케팅의 중요성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아이디어의 우연성에 사업의 미래를 걸 수 없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나는 아이디어란 오히려 사업을 이해하는 깊이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업이라는 바다를 깊이 있게 들여다 보고 고민하다 보면 수면 아래서 보일듯 말듯 반짝이는 생각들이 펼쳐지게 되고,퍼즐처럼 그것들 하나하나를 사업환경과 구조에 맞추다 보면 큰 변화를 촉발하는 아이디어가 수면위로 뛰어 오르게 된다. 현상을 당연시하면 대어를 낚을 수 없다. 원인을 계속 캐들어가고,현재를 뒤집어 가설을 세워볼 필요도 있다. 생각을 단순화하고 규칙성을 찾아내고 분석을 하다보면 연결고리가 끊어진 부분이 발견되기도 하고,잇고 수선하는 과정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한다. 본질을 찾으려면 끊임없는 질문을 던져야 하는데,내가 자연과학을 전공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자연과학적 접근법이라는 것이 복잡한 현상을 분해해 단순화하고 전체를 아우르는 규칙성을 찾는 작업이다 보니 그 방법론을 사업에 적용했을 때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자연과학을 전공하고도 경영을 잘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자주 듣곤 했는데,오히려 경영학만 전공한 것보다는 낫다고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다. 자연과 인간의 이치를 파고든다는 공부 자체만으로도 심오한 맛이 있고,어쩌면 인생에서 유일한 기회일지도 모르는 과학공부를 취직에 도움이 안된다고 기피하는 것은 너무 시류에 따라 흔들리는 판단이 아닐까. 시시각각으로 발전하는 기술의 본질을 읽어내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지는 현대사회에서 자연과학 공부는 아주 유용한 자산이 된다. IT의 경우도 전기자기학과 수학 등에 기초를 두고 있고 BT는 생물학 지식으로 일별해 볼 수 있다. 늦었다고 포기할 일도 아니다. 나중에라도 자연과학을 넓게 공부해 볼 수 있는 단기과정도 있다. 경영을 하면서 과학을 공부한 도움을 톡톡히 보고 있는 사람도 있으니 오늘 한번쯤 과학공부를 할지 말지 고민을 해보시는 것은 어떠실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