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13일 발표한 사장단 인사는 세대교체와 글로벌경쟁력 강화라는 두가지 특징으로 요약된다. 50대 초반의 부사장들을 사장으로 대거 승진시키면서 당초 예상보다 인사폭이 커졌다. 특히 해외현지 근무 경험이 있고 국제적인 감각이 뛰어난 인물들이 승진대상에 많이 포함됐다. 삼성은 당초 3~4명 수준의 소폭 인사를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최종 확정과정에서 인사폭이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사에서 신설된 중국현지법인 사장자리를 포함해 CEO가 교체된 계열사는 모두 13개사에 달한다. 삼성 관계자는 "올해 인사폭이 크다기보다는 지난해의 경우가 이례적으로 적었던 것"이라며 전체 계열사 사장자리에 비하면 중폭의 인사라고 설명했다. 지난 2001년 초에는 사장급이 14명 바뀌었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50대 후반의 사장들이 50대 초반으로 교체됐다는 점. 사장승진 내정자 8명을 연령대로 보면 52∼53세가 5명으로 제일 많고 대부분 55세 이하다. 반면 사장자리에서 물러난 사람들은 대부분 50대 후반이다. 올해 62세인 양인모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의 경우에는 지난해 양호한 실적을 올렸지만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대표이사 자리는 물려줬다. 50대 후반인 석유화학 계열 3개사의 사장들도 교체됐다. 삼성은 "최고경영진의 면모를 더욱 역동적인 진용으로 개편함으로써 미래에 대비하고 기회를 선점할 수 있는 경영체제를 강화하는데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사장으로 승진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해외 근무 경험이 많다는 점이다. 김인 삼성SDS사장 내정자의 경우 삼성물산 프랑크푸르트지점에서 8년간 근무했고 삼성SDI에서도 독일법인장을 3년간 맡아 글로벌감각이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만수 호텔신라 사장 내정자와 김상기 벤처투자 사장 내정자는 각각 삼성물산 뉴욕지사에 오래 근무했다. 이현봉 삼성전자 국내영업사업부 사장 내정자는 프랑크푸르트를 비롯한 유럽에, 이석재 사장 내정자는 일본에 주재했던 경력이 있다. 이번 인사에서는 재무 영업 인사 등 각 부문에서 풍부한 실전경험을 쌓은 인사들이 승진했다. 반면 여론의 비판을 받았거나 관리부실이 지적된 일부 계열사 사장들은 교체됐다.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사장)은 다른 그룹과의 형평과 그룹내 위상 등을 감안, 부회장으로 승진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차기 정부의 구조본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본인의 고사 등으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윤종용 부회장도 승진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동안 현직에서 물러날 때만 회장으로 승진시켜온 삼성의 관행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