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세호 박사의 '디지털 세상'] '인터넷없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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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한창 달아오르던 지난 2000년초.
국내 대표 인터넷 회사의 광고에 '인터넷조차도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라는 문구가 실린 적이 있다.
당시 인터넷이 아주 새로운 것이고 사회를 바꾸고 나라의 경제를 바꿀 수 있는 폭발적인 것으로 인식되던 때라 일반인들이 이 광고카피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그 후로 인터넷은 진화를 거듭했다.
전국 어디서나 초고속인터넷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인터넷을 이용한 다양한 생활서비스와 방송서비스가 보급됐다.
직장에서는 인터넷이 없으면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다.
지난해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도 인터넷이 큰 몫을 해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반에 걸쳐 인터넷의 역할과 비중이 매우 큰 세상으로 탈바꿈했다.
일본의 한 작가는 지난해 펴낸 '한국의 인터넷'이란 책에서 "한국에서는 브로드밴드 인터넷이 무엇인지 모를 정도로 일반화되고 삶에 익숙해져 있다"고 표현했다.
이 말을 곰곰히 따져보면 인터넷 세상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바로 '인터넷이 없는 세상'이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인터넷이 사람들의 삶과 융화돼 하나가 될 때는 사람들이 인터넷이 존재하는지 조차도 느낄 수 없는 보편화된 세상을 말하는 것이다.
이미 우리 사회 곳곳에 이런 융합현상이 발견된다.
대기업이나 공기업의 조직에서 한때 각광받던 인터넷 관련 조직이 사라지고 있다.
인터넷 관련 교육센터의 프로그램들도 더 이상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차기 정부의 10대 국정과제에도 인터넷이란 단어를 직접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다만 '디지털 산업 강국'이나 '삶의 질 향상'이란 표현으로 인터넷을 응용한 새로운 디지털 경제로의 융합을 그리고 있다.
결국 '인터넷이 없는 세상'은 '인터넷의 퇴보'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인터넷의 성숙' 또는 '인터넷의 완성'을 가리킨다.
인터넷의 완성을 위해서는 할 일이 있다.
변화의 흐름을 정확히 예측하고 다음을 준비하는 일이다.
인터넷이란 단어에 국한시키지 말고 컴퓨터 사회, 네트워킹 사회, 이동화 사회, 생활수렴 사회로 진화하는 전체적인 디지털 세상의 흐름을 담은 국가적인 로드맵을 만드는 것이 그것이다.
전기 전화가 우리 일상생활에 융합돼 하나가 되어 있는 것처럼 인터넷의 존재여부를 사람들이 알 수 없을 정도로 진행되는 '인터넷이 없는 세상'의 모습을 계미년, 양의 해에 하나하나 구체화시키는 것이 새로운 완성을 위한 방향이다.
< (주)에스이 사장 kangseho@unite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