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가 가계대출 억제정책의 전면 재검토를 추진하고 있는 모양이다. 과도한 가계대출 억제책이 지속될 경우 경기가 급랭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인수위의 설명이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가계대출을 다시 늘리는 것이 과연 옳은 정책인지 또 경기가 급랭하는 원인을 가계대출 문제에서만 찾아야 할 것인지에 이르면 논리는 크게 달라질 수도 있다. 기업들의 경제하려는 마음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 다시 말해 경기하강의 본질적인 요인은 덮어둔채 손쉽게도 돈을 풀어 경기를 부추겨보자는 것은 아닌지 그것이 우선 걱정이다. 가계대출 억제책을 편지 불과 3개월만에 정책기조를 다시 원점으로 돌려놓을 경우 정책에 대한 불신만 높아질 것이라는 점 또한 우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동안의 과도한 억제책도 문제가 있었다고 하겠지만 섣부른 금융완화책이 금융부실은 그것대로 키우고, 거품은 거품대로 부풀어 오르게 하는 역효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인수위는 인식해야 할 것이다. 금융정책의 변화를 거론하기에 앞서 은행들의 자금운용이 보수화되고 경기가 급랭하는 원인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단순히 은행 문턱이 높아졌기 때문에 경기가 꺼지고 있다고 본다면 이는 너무도 소박한 생각이다. 인수위의 과도한 개혁 드라이브가 기업들의 몸을 사리게 만들고 경기전망이 극도로 불투명해지면서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는 것이 경기심리를 가속도로 위축시키는 악순환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닌지 인수위의 냉정한 자기진단이 있어야 하겠다. 이미 6개월 이하 단기상품에 들어있는 부동자금이 3백70조원을 넘는 상황이다. 돈이 덜 풀려 경기가 식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기업 자금 수요가 바닥을 헤매는 상황에서 시중자금이 넘치게 되면 어떤 현상이 나타날 것인지도 긴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그것은 지난 2년여 동안 축적되어 왔던 부동산 투기 등 거품을 재생산하는데 불과하며 오늘의 문제를 내일로 연장하는 미봉에 다름 아니다. 물론 과도한 대출규제는 분명 어느정도 완화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를 교정하는 수준에 그친다면 모르되 '전면 재검토'식으로 접근할 문제는 결코 아니다. 기업을 개혁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손발을 묶어 놓은 상황에서 돈을 풀어 소비를 진작시키는 방법으로 경기를 살리겠다는 것은 잘못되었을 뿐더러 위험하기까지 한 발상이다. 산업,기업 및 금융정책의 균형된 시각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