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5일자) 중국의 서구식 정치개혁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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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초의 경제특구로 지정돼 대외개방의 창구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던 선전시가 이번에는 서구식 정치·행정개혁의 시험장으로 등장해 주목된다.
"정치개혁의 핵심은 정부와 군부 위에 초법적으로 군림해 전권을 행사해온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행정부와 인민대표대회(人大)를 분리하는데 있다"고 강조한 위유쥔(于幼軍) 선전시장의 말대로 중국은 서방세계의 3권분립과 비슷한 '권력분산' 시스템을 추구하는 것 같다.
이번 개혁실험이 성공적이라고 판단되면 이를 전국 대도시에 확대·적용할 예정임은 물론이다.
새로운 정치·행정시스템에서는 일반행정은 정부가 책임지고,의회격인 지방 인대는 지방정부가 제안한 경제개발전략을 검토하고 대규모 지출계획을 승인하는 등의 고유권한을 갖게 된다.
이같은 개혁조치는 중국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숙제였다.
공산당의 권력집중에 따른 부정부패 권한남용 비효율 등 각종 부작용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WTO 가입으로 행정의 투명성과 효율성, 신뢰성과 합법성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의 행정개혁에 대한 욕구가 높다"는 위 시장의 발언은 이번 개혁추진의 직접적인 배경이 무엇인지를 짐작하게 한다.
그러나 자오쯔양(趙紫陽) 전 총서기가 지난 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로 실각한 이후 십수년만에 처음으로 정치개혁에 나선 중국 지도부의 접근자세는 매우 조심스럽기만 하다.
'야당 설립'이나 직접선거를 통한 고위관리 선출 등은 당분간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라는 점만 봐도 그렇다.
후진타오(胡錦濤) 당총서기로부터 공산당 간부양성 학교인 당중앙당교(黨校) 교장직을 이어 받은 쩡칭훙(曾慶紅) 정치국 상무위원이 '가장 중요한 장기과제중 하나로 인식하고 있는' 정치개혁 방안을 연구할 두뇌집단을 조직했다는 보도 역시 중국 지도부의 점진적인 정치개혁 방침을 확인해주고 있다.
이점에서 이번 개혁실험은 정치 민주화와는 거리가 먼 행정개혁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국유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증가, 농촌과 도시간 소득격차 확대,빈부격차 심화 등 고도성장에 따른 각종 사회불안 요인이 적지 않은 터라 중국지도부가 급진적인 정치개혁을 꺼리는 것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경제성장을 지속할 경우 중국도 조만간 민주화 등 본격적인 정치개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정치·경제적으로 우리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이 경제번영과 체제안정의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을지 눈여겨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