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를 책과 함께] 변화경영전문가 구본형이 추천하는 4권의 책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독서법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마음이 내키는 책을 골라 보고 싶은 방식으로 보면 된다.
예를 들어 무협지는 누워 뒹굴거리면서 보면 지루하고 긴 여름 낮 한때를 즐길 수 있고 고민의 깊이가 꽤 있는 묵직한 책은 책상에 앉아 줄을 치며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갑자기 시야가 넓어진 듯하여 지적 허기를 채워 볼 수 있다.
좋은 독서가 되려면 우선 좋은 책을 골라야 한다.
좋은 책의 기준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
나는 두 가지를 꼽는다.
하나는 재미있는 것이고 또 하나는 유용한 것이다.
재미와 유용성 역시 취향에 따라 다르고 어떤 목적으로 책을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그것은 개인이 선택할 문제다.
경제현장에서 뛰고 있는 직장인들에게 한 해를 시작하며 다음 네 권의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우선 새로운 유목 경제 속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 대강이라도 알아두는 것이 필요한 노마디즘(그리스어 'nomos'에서 유래한 것인데 '목초지에서 풀을 뜯다' 혹은 '목초지에 데려가서 그곳에 풀어 놓다'는 뜻이다)에 대한 책이다.
노마디즘에 관한 고전은 펠릭스 가타리와 쥘 들뢰즈가 쓴 '천의 고원'이다.
이 책은 20세기에 출간된 가장 위대한 책 중 하나라고 평가되기도 하지만 철학을 전공한 사람들에게도 어려운, 끔찍한 책이어서 늘 시간에 쫓기는 직장인들이 접근하기에는 구두와 타이를 메고 고원에 오르는 만큼이나 어려운게 사실이다.
마침 철학자 이진경씨가 4년 동안 진행한 강의록을 모아 '천의 고원'에 대한 주해서를 만들어 주었다.
'노마디즘'(휴머니스트)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7백쪽이 넘는 두꺼운 책 두 권인데다 아직도 여전히 무거워서 쉽게 읽히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책을 좋아하는 직장인이라면 올 1년간 쉬엄쉬엄 읽어 가면 밑천을 뽑고도 남을 책이다.
조금 더 쉽게 노마디즘의 일상적 개념 정도를 이해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싶은 사람들은 '프랑크프루트 알게마이네 차이퉁'의 주필을 지낸 바 있는 미래학자 군둘라 엥리슈가 쓴 훨씬 얇은 책 '잡노마드 사회'(문예출판사)를 읽어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올해는 아마 여느 해보다 어려운 해가 될지 모른다.
미국과 유럽 그리고 일본이 성장의 물결을 쉽게 타지 못하게 되면 우리 역시 작년보다 살아가기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개인에게도 고용의 안정성이 커다란 위협으로 다가오게 될 수 있다.
찰스 핸디의 '코끼리와 벼룩'(생각의나무)은 이런 위기가 불안스러운 눈으로 우리를 노려 볼 때 읽어 볼 만하다.
개인의 관점에서 개인과 기업의 새로운 관계에 대한 따뜻한 통찰로 가득한 부드럽고 자상한 책이다.
거대한 기업 '코끼리'의 한 조직원으로 살기를 포기하고 자유로운 '벼룩'이 되어 살아가는 맛을 느끼게 해준다.
'벼룩'은 회사의 대표자가 아니라 자신을 대표하는 독립된 인격이다.
'벼룩'들은 스스로의 삶을 포트폴리오 인생이라 부른다.
그들의 하루는 돈을 받고 하는 일, 자원봉사, 공부, 부부가 함께 하는 요리 청소 세탁 같은 가사 등으로 채워진다.
1996년 영국 회사의 3분의 2가 '1인 기업'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이미 하나의 분명한 현실이 된 '벼룩 시대'의 자유를 만끽하는 법을 제시한다.
그는 흘러가버린 과거의 세상을 목표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안타까워한다.
그리고 '코끼리'로 상징되는 대기업이 제공하는 의심스러운 안전보다는 무소속의 자유를 준비하라고 주장한다.
전문가의 길을 준비하는 직장인을 위해 좋은 책이 하나 더 있다.
갤럽의 연구원인 마커스 버킹엄 등이 쓴 'FIRST, Break all the RULES'(시대의창)다.
이 책은 '내 속에 숨은 잠재력'인 재능의 발견과 계발에 역점을 두고 있다.
저자들은 재능이란 '무의식적으로 나타나는 반복적인 느낌, 생각, 행동'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면서 타고난 강점에 의지하지 않고는 전문가로서 성과를 낼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많이 읽으면 좋다.
그러나 저자들과 정신적 파도타기를 함께 즐길 수 있다면 1년에 10권 정도만 좋은 책을 골라 읽어도 모자라지 않다.
독서가 유유한 산책이 되려면 한권을 읽어내는데 한달은 족히 걸리기 때문이다.
구본형 < 변화경영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