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공룡" GE를 그 어느 조직보다 민첩하게 바꾸어 놓은 공로자가 잭 웰치라면 "노쇠한 코끼리" IBM의 가뿐한 춤사위를 가능하게 한 주역은 루이스 V.거스너였다. 평소 거스너는 직무의 연장이나 다름 없는 경영서를 읽는 일만큼 매력 없는 일은 없다고 생각하던 사람이다. 하지만 은퇴 발표 후 받게 된 수천 통의 이메일을 계기로 IBM 회생의 경험을 대중과 공유하기로 한다. 그래서 나온 책이 "코끼리를 춤추게 하라"(이무열 옮김,북@북스)이다. 공동 집필자나 대작자 없이 책을 마무리한 거스너의 고생 덕분일까.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IBM 회생의 전면을 거스너 자신의 목소리로 진솔하고 생생하게 마주 대할 수 있었다. IBM을 살려낸 그의 리더십 비결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통찰력과 열정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는 IBM 역사상 최초의 외부 영입 CEO로서 컴퓨터 산업의 문외한이었다. 하지만 시의 적절한 서비스 사업 확대 전략이나 브랜드 되살리기 등 의사 결정의 탁월함은 영역을 초월하는 통찰력의 일면을 잘 보여준다. 또한 컨설턴트로 10년을 보낸 이후 의사결정 조언자의 한계를 넘고자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로 새로운 진로를 선택하는 대목이나,침몰해 가는 IBM를 구제하기로 결심하게 되는 대목에서는 새로운 도전을 향한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이러한 열정은 IBM 회생의 성과로,나아가 CEO 퇴임을 맞아 직원들에게 보낸 글에서는 회사와 구성원에 대한 애정으로 전환되고 있다. 책의 후반부에는 거스너가 직접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 내용들을 담고 있다. IBM 회생의 중요한 고비마다 회사의 중요한 안건들을 구성원들과 함께 고민하는 최고 경영자의 모습은 "경영의 정수는 인간에 대한 것"이라는 피터 드러커의 말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