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14일 기습적인 야스쿠니 (靖國)신사 참배가 북한 핵문제를 놓고 협력해 나가야 할한일, 중일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 고이즈미 총리가 외교적 마찰의 부담을 피하기 위해 한국과 중국의 새정권출범 이전에 맞춰 `정월 참배'라는 전례없는 참배를 시도한데 대해 일본내 보수와진보 세력 모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불과 12분간 진행된 재임중 3번째 야스쿠니 신사참배로 인해앞으로 외교와 내치에서 상당한 부담을 안게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적 부담 = 예상됐던 대로 한국과 중국 정부는 강한 톤으로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전격 참배를 비난하고 나섰다. 일본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 핵문제에 전념해야 할 시점에 고이즈미 총리가야스쿠니 참배를 강행한 것은 외교적으로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북핵 문제와 관련해 한.미.일 연대에다 중국과 러시아를 넣어 `대북 포위망'을 확대하려던 계획에 고이즈미 총리 스스로가 발목을 잡고 나섰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벌써부터 고이즈미 총리의 2월 방한 계획과 5월 방중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한국 노무현 차기대통령의 취임식을 앞두고 이뤄진 야스쿠니참배로 인해 사실상 확정된 방한계획 자체가 취소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진보.보수 언론 모두 불만 =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에 대해 일본의 진보 및 보수 언론 모두 서로 다른 각도에서 불만을 표시했다. 진보쪽의 아사히(朝日)신문은 `총리의 외교감각을 의심한다'는 제목의 15일 조간 사설에서 "고이즈미 총리가 또 다시 당돌하게 야스쿠니를 참배했다"며 "북한 문제와 관련해 고이즈미 총리는 한.미.일 연대를 강조해 왔고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시킨 새로운 협력틀을 구상하고 있었는데 스스로 찬물을 끼얹었다"고 비난했다. 보수색채의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총리의 생각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사설에서"한국과 중국의 새 정부 출범 이전에 참배하는 것이 영향이 적다고 총리는 생각했는지 모르겠으나, 이상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며 "국가의 지도자가 추도를 위해 참배하는 것은 그 나라 전통과 관습에 기초해야 할 행위"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연립여당내 이견 = 민주, 공산, 사민 등 야당들은 일제히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를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연립정권에 참여하고 있는 공명당도 이번 기습 참배에 불만을 표시하고 나섬으로써, 여권내에 불협화음이 일고 있다. 간자키 다케노리(神崎武法) 공명당 대표는 "정교분리 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있으며, 외교상 문제가 있다"면서 "참으로 유감스럽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반면 자민당 내부에서는 대체로 `이해한다'는 분위기가 주조를 이뤘다. 일본유족회 회장인 고가 마코토(古賀誠) 전 간사장은 "재작년, 작년에 이어 일본 총리로서참배한 것은 너무도 고마운 일이며, 유족으로서도 기쁘다"고 반색했다. 불과 수일 전 한국을 방문했던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도 고이즈미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잘 했다"는 말을 전했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도쿄=연합뉴스) 고승일 특파원 ksi@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