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이다] (10.끝) '선진적 노사문화 구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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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의 높은 기대심리가 자칫 불안요인이 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노.사 모두가 법과 원칙을 준수하는 합리적 노사문화가 정착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지난해 12월31일 한국경영자총협회 김창성 회장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에게 선진적인 노사관계를 정립해갈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부종합청사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접견실에서 가진 노 당선자와 경제5단체장과의 첫 간담회 자리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김각중 회장을 비롯해 대한상공회의소 박용성 회장, 무역협회 김재철 회장,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김영수 회장 등이 함께 했다.
재계의 주문에 대해 노 당선자도 "기업하시는 분들께 최선을 다해 뒷바라지 하겠다"고 화답했다.
노사관계를 둘러싼 재계의 건의는 지난 11일에도 이어졌다.
경제5단체 상근부회장들은 김대환 경제2분과 간사 등 인수위 관계자들과 만나 "인수위의 노동분야 정책방향이 노조측에 편향돼 노사관계 불안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의 뜻을 전했다.
"과거에는 근로자가 '사회적 약자'라는 인식에서 과격하고 불법적인 행위를 해도 용인되는 분위기였지만 이젠 법치주의가 정착돼야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가 발전해 나갈 수 있다"는 주장도 곁들였다.
재계가 이처럼 틈만 나면 '선진적 노사관계'를 강조하고 있는 것은 극한으로 치닫는 노사문화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기업경쟁력을 키울 수 없다는 산업계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나라를 21세기 동북아 중심국가로 발돋움시키는 데도 대화와 협력을 통한 상생의 노사문화가 뒷받침돼야 한다.
사실 '법치주의'나 '법과 원칙에 의한 대응'이라는 말은 주요 사업장의 노사관계에서 갈등의 골이 깊어질 때마다 경제단체들이 정부와 노동계에 강조해 왔던 표현이다.
재계가 법치주의를 부르짖는 이유는 노사분규에 따른 생산차질액이 줄어들 줄 모르기 때문이다.
산업자원부가 집계한 노사분규에 의한 생산차질액은 지난 2001년 한햇동안 2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99년 1조8천9백8억원에서 2000년 1조6천3백57억원으로 줄었다가 2001년에는 다시 2조1천2백69억원으로 전년 대비 30.0%의 증가세로 돌아섰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조사한 '2002년 노동시장 경쟁력 순위'도 종합평가는 27위였지만 '노사관계 우호성'은 조사대상 49개국 가운데 47위로 최하위권이다.
법과 원칙을 벗어난 불법파업 관행이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는 점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노사 경쟁력 지표다.
이를 위해 경총 관계자는 "사용자에게만 인정하고 있는 '부당노동행위'를 미국의 경우처럼 노동조합에도 적용하고 노조가입 강제규정(유니언숍)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로금 등의 형태로 지급되는 '파업기간 중의 임금보전' 관행을 근절해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정립하고 초과 근로에 대한 임금할증률도 지금의 50%에서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인 25%로 낮춰야 한다"(전경련 관계자)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상의는 쟁의행위 때 노동조합의 '쟁의권'과 함께 사용자의 '영업권'도 보호돼야 한다며 '파업기간 대체근로'를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나 일본 독일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쟁의기간에 대체근로를 허용하고 있으며 우리의 경쟁국인 싱가포르와 대만에선 대체근로를 금지하는 법규정은 아예 없다는 설명이다.
일반 생산현장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민들의 일상생활에 큰 피해를 주는 공익사업 분야에서는 파업에 돌입할 경우에도 최소한의 서비스는 제공될 수 있도록 하는 안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ILO도 필수 공익사업에 대해서는 "파업시 최소한의 협정근로를 유지해 소비자들의 기본적인 수요를 만족시켜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신규 고용을 늘리고 외국 기업들의 국내 투자를 적극 유치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를 위해 재계는 △정리해고 요건 완화 △법정 퇴직금제도를 개별기업 실정에 맞는 기업연금제로 전환 △파견근로제의 업종 및 기간 제한 완화 등의 제도개선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