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이 아닌 거시경제 용어이긴 하지만 미국 초등학교 교실과 비교해 보기 위해 서울 K고교 2학년인 양진형군(17)에게 인플레의 개념을 물었다. "'생독초'요. 경제에 살아있는 독초와 같은 것이지요." '생독초'라니 무슨 뜻일까. "선생님께서 시험에 자주 나온다고 '생독초'로 외우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생은 생산비 상승이고요, 독은 독과점 기업의 시장지배, 초는 초과수요지요." 그러면서 내미는 교과서에는 인플레의 세가지 원인이 서술돼 있었다. 진형이의 교과서에는 '생,독,초' 세 음절에만 형광펜이 그어져 있었다. 그러나 '인플레가 왜 생독초같은 것이냐'는 질문에는 아무런 답을 못했다. 지난해 9월 국민은행연구소는 흥미로운 설문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학창시절 금융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20대 1천명)의 33%는 '전혀 없다'고 답했다. 그나마 교육을 받았다는 학생 대부분은 '저축의 필요성'이라는 극히 기본적인 내용을 배웠다고 답했을 뿐이다. 금융교육을 받지 못한 한국 청년들의 소비.금융 행태는 더욱 충격적이다. 20대 신용카드 이용자의 19.8%가 연체기록이 있으며 '결제대금이 부족할 때 돌려막기를 한다'는 응답은 전체의 24.5%를 차지했다. 금융지식이 부족한 한국 대학생들은 소비에는 적극적인 반면 저축에는 소극적이었다. 한국 대학생들의 월소득 대비 소비지출비중은 86.8%. 미국(66%)과 일본(72%)에 비해 크게 높았다. 반면 저축자 비율은 38.4%로 미국(77.9%) 일본(83.4%)의 절반수준에 불과했다. 경제교육 시간에 '생독초'를 암기하는 한국의 고등학생들. 한국 20대의 무지한 금융이용 행태는 학교에서 비롯되고 있었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