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서울대교구(교구장 정진석 대주교)가 21세기를 맞아 교회의 변화와 쇄신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교구 시노드(synod·교구민 전체의 의견을 모으는 대토론회)'를 오는 26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개막한다. 교구 시노드란 초대 교회 때부터 있었던 회의기구로 전세계 가톨릭의 지향점을 논의하기 위해 교황이 소집하는 공의회의 결정을 교구별로 구체화하고 실천하는 회의다. 2백2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서울대교구는 그간 네차례의 시노드를 열었으나 성직자들만 참여한 회의여서 본격적인 의미에서의 시노드를 갖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8개월 가량의 일정으로 진행되는 이번 교구 시노드는 급변하는 사회환경 속에서 교회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마련됐다. 서울대교구는 2000년부터 시노드 준비에 착수,전체 교구민을 상대로 의견을 모으고 토론마당 공청회 설문조사 등을 실시해 7개 분과별 의제를 선정했다. 26일 개막식을 겸해 열리는 1차 전체회의에서는 이렇게 마련된 의제별 의안의 개요를 소개하고 본격적인 토의에 들어간다. 회의에 상정되는 의안에는 교회 안의 남녀차별 철폐,여성의 역할 확대,생명 문제와 신자유주의에 대한 교회의 대응,사회정의 등 개혁적인 아이디어가 망라돼 있다. 예컨대 성직자와 관련한 의안에는 '반말 하지 않는 사제''치유를 필요로 하는 사제' 등 내놓고 말하기 껄끄러운 내용도 들어 있다. '치유를 필요로 하는 사제'에는 개인적인 잘못을 저지른 문제사제도 포함된다. 교구 시노드는 이같은 의안들을 매주 수요일 열리는 분과별 토의와 세차례의 전체회의에서 다룬 뒤 건의안을 작성,교구장인 정진석 대주교에게 제출하며 정 대주교는 이를 검토한 뒤 시노드 최종문헌을 오는 9월21일 폐막식에서 반포한다. 이 최종문헌은 향후 '서울대교구 규정집'으로 마련돼 교구내 최고 권위를 갖는 법률의 효력을 갖게 된다. 이번 시노드 개막식에는 불교 개신교 등 7대 종단 수장들을 내빈으로 초청,이 중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대표가 축사를 하며 이어 열리는 1차 전체회의에서는 불교 대표와 KNCC 대표가 참관인 발언을 하게 된다. 또 매주 수요일 열리는 분과별 토론의 문호도 개방,다른 종교인들의 참석과 발언을 허용하기로 했다. 시노드 사무국장 박선용 신부는 "성직자의 전유물처럼 인식됐던 가톨릭 교회에서 평신도,그 중에서도 60% 이상을 차지하는 여성의 역할을 구체화한 것이 큰 성과"라고 설명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