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KTF 사장에서 물러나게 된 이경준씨는 보기 드문 '인생 역전'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고졸 출신의 체신부 말단 공무원에서 출발해 6조원대 매출을 올리는 기업의 사장이 되기까지 이 전 사장은 '입지전'이란 표현으로 부족할 만큼 험난한 삶을 살았다. KTF 사장이 되기까지 독학으로 기술고시와 기술사 시험에 합격하고 부장에서 국장 승진까지 13년을 기다려야 하는 등 어려움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특별한 배경이나 학벌이 없었던 탓에 그는 국내 최고 명성의 대학 졸업자들은 물론이고 해외 유수의 박사 학위 소지자들과 힘겨운 경쟁을 벌여야 했다. 지난해 8월 우여곡절 끝에 KTF 사장에 취임한 그는 불과 5개월여 만에 최고경영자(CEO)생활을 마무리하게 됐다. 5개월이란 시간은 특별한 실책을 범하기에도 짧지만 능력을 발휘하기에는 더욱 부족한 기간이었다. KTF 사장인사를 둘러싼 잡음은 지난해 KTF 사장이 공석이었을 때 전임 사장(현 이용경 KT 사장)의 잔여임기인 올해 3월까지 부사장 체제를 유지하겠다던 KT의 방침이 갑자기 '사장 선임'으로 뒤바뀌면서 예고됐었다. 결과적으로 5개월 만에 물러나야 하는 자리에 이경준 전 사장을 일단 앉혀놓은 것 아니냐는 해석에서부터 그의 능력 발휘 기회가 원천봉쇄됐다는 아쉬움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일부 사장 후보들의 정치권 로비설이 유포됐고 임채정 인수위원장이 이상철 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전화를 한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KTF 사장 공모는 전국적 이슈로 부상했다. KT의 공모 심사 절차가 철저하게 비공개로 이뤄진데다 공모 기간이 짧았고 내정자 발표도 일사천리로 진행되다보니 각종 의혹은 더욱 난무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신임 사장이나 물러나는 사람이나 뒷맛이 개운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이날 취임한 남중수 신임 KTF 사장은 오해를 풀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물러난 이경준 전 사장도 학벌이나 성별 나이가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통념보다 현실의 벽이 높다는 사실을 절감했을 것이다. 김남국 산업부 IT팀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