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석유를 앞세워 국제사회에 다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지난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 일본 중국 등이 원유수입선 다변화를 위해 러시아와의 에너지협력을 강화하고 나서면서 러시아가 국제 석유시장의 '큰 손'으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석유수입선 다변화의 중심=미국과 이라크간 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세계 5위권 산유국인 베네수엘라의 총파업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주요 소비국들의 러시아 행보가 부쩍 빨라지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지난 8일부터 4박5일간 러시아를 방문,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50억달러 규모의 송유관 건설을 논의했다.


중국은 지난달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 유전지역을 연결하는 2천4백㎞의 송유관을 건설키로 했다.


이에 앞서 세계 최대 원유수입국인 미국은 지난해 11월 미·러 정상회담을 갖고 에너지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의 민간 석유회사들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러시아로부터 원유를 직접 수입하기 시작했다.


미 상무장관과 대형 석유업체로 구성된 석유사절단은 상반기 중 러시아를 방문,양국간 에너지 협력강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도 최근 오름세를 타고 있는 국제유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러시아가 증산에 나설 것을 요청,국제 석유시장에서 러시아의 위상은 갈수록 높아질 전망이다.


◆조만간 세계 최대 석유수출국으로=러시아의 지난해 말 현재 원유생산량은 전년말 대비 10% 이상 늘어난 하루 7백66만배럴로,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하루 평균 8백만배럴)를 바짝 뒤쫓고 있다.


러시아는 오는 2010년까지 산유량을 1천2백만배럴로 확대할 계획이다.


OPEC 11개 회원국(이라크 제외)의 하루 산유량 2천3백만배럴의 절반이 넘는 엄청난 규모다.


석유는 현재 러시아 전체 수출액의 40% 가량을 차지할 만큼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때문에 러시아는 경제발전을 위해 석유수출량을 최대한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러시아 유스포프 에너지장관은 "러시아는 현재 미국에 가장 많이 석유를 수출하는 캐나다와 사우디아라비아보다 더 많이 수출할 여력을 갖고 있다"며 대미 수출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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