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은 '이명박 서울시장 체제'가 본궤도에 오르는 해다. 청계천 복원사업, 강북 뉴타운 개발, 대중교통 개편 등 굵직굵직한 대형 공약사업들이 본격 시작된다. 이 시장은 조직적으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올들어 직제 개편을 단행했다. 사업 추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고위직을 정책보좌 기능(1급 보좌관)과 책임집행 기능(2.3급 국장)으로 나눈 것이다. 'CEO 시장'으로서의 색깔을 녹여 넣기 시작한 셈이다. 그러나 '이 시장 체제'가 순조롭지만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적잖다. 수도 서울을 총괄 관리하는 입장에서 '행정수도 이전 논의'는 최대의 도전일 수 있다. 사업본격화 단계에서 으레 불거지는 각종 민원도 녹록지 않은 과제다. 이 시장을 만나 신년 구상을 들어봤다. -----------------------------------------------------------------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인 '행정수도 이전'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는데. "요즘 언론 보도를 보면 노 당선자가 무척 신중해진 것 같다. 행정수도 이전은 노 당선자 임기 내에 끝날 문제가 아니라고 보기 때문에 바람직스런 일이다. 통일 후를 생각한다면 서울과 평양의 중간인 판문점을 중심으로 인구 30만~40만명 정도의 행정수도를 건립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현재 마무리 단계인 2021년 서울시 도시기본계획에도 통일수도 개념을 포함시켜 놓고 있다.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라면 행정수도를 옮기기보다 노 당선자가 공약한 지방분권을 좀 더 활발하게 추진하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지방으로 각종 권한이 옮아가면 기업을 하든 뭘 하든 중앙정부에 의존할 필요가 없어진다.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 -새 정부와 대화 창구를 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국무회의 석상에서 얘기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대통령과 서울시장의 당적이 다르면 서울시 행정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지적이 있는데 전적으로 과거에 얽매인 발상이다. 시민을 위한 행정을 펼치면 중앙 정부도 적극 협조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청계천 복원사업이 올해부터 시작되는데. "청계고가 철거작업을 오는 7월1일 착수할 계획이다. 청계천이 복원되기 이전에 도심으로 들어오는 주요 도로인 도봉로와 천호대로에 중앙버스전용차로제를 도입해 교통난을 줄이려고 한다. 청계천 주변은 쾌적한 도심공간으로 꾸며지도록 건물 높이라든가 용적률을 제한할 생각이다. '조망권 프리미엄'을 노린 아파트가 난립한다면 정말 큰 문제다. 현재 청계천변을 규모있게 개발하기 위해 재개발과 연계시킨 기본계획을 수립 중이다. 청계천 주변 개발은 이르면 내년부터 시작될 것으로 본다." -올해 뉴타운 사업은 어떻게 추진할 생각인가. "시범지구 3곳 외에 몇 곳을 추가할 작정이다. 얼마나 추가할지는 경기를 봐가며 결정하겠다. 올해 국내 경기는 하향 곡선을 그릴 것 같다. 노 당선자도 경제성장률 목표를 당초 7%에서 5%로 낮춰 잡은 것으로 알고 있다. 경기가 나빠진다면 경기부양 차원에서 뉴타운을 더 빨리 더 많이 개발하겠다. 서울시 도시개발공사와 대한주택공사 한국토지공사뿐 아니라 민간 건설업체도 서울시의 개발원칙만 따라준다면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터놓을 생각이다. 2차 뉴타운 대상지는 1차에서 빠진 서남권과 노후.불량주택 밀집지역, 국.공유지가 많은 재개발구역 등을 중심으로 검토 중이다. 주민들이 공영개발을 반대하는 왕십리 뉴타운은 서울시 개발기본계획을 지킨다는 전제로 주민 자력 개발을 수용하고 지원하겠다." -재건축 대상 아파트를 '지은지 40년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아는데. "멀쩡한 아파트를 지은지 20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헐어버리는 것은 국가적으로 자원낭비다. 가급적 리모델링을 하는게 맞다. 요즘 주택은 40~50년이 지나도 끄떡 없는 것들이 많다. 다만 지은지 40년 이상으로 못박을지는 좀 더 검토해볼 문제다. 관련법 시행에 맞춰 조례가 제정되도록 준비하고 있다. 재건축 연한은 아파트가 지어진 연대에 따라 차등적용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다만 안전진단에서 건물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면 재건축 연한에 관계 없이 언제든지 재건축할 수 있도록 하겠다." -'서울의 마지막 남은 땅'으로 불리는 마곡지구의 개발은. "지식산업을 기반으로 한 자족도시로 개발돼야 한다. 주거기능만 갖는 베드타운으로 개발된다면 교통난 등 엄청난 도시문제를 유발할 것이다. 개발은 단계적.점진적으로 이뤄지는게 옳다. 오는 2월께 종합개발계획 용역 과정에서 구체적인 개발시기가 검토될 것이다. 당장 개발될 것처럼 알려진 것은 서울시 계획과는 전혀 무관한 오해다." -추모공원 건립이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그렇지 않다. 서초구 원지동 추모공원은 매장보다 화장을 원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 비춰 꼭 필요한 시설이다. 취임 당시 밝혔던 것처럼 지역주민과 대화를 통해 무리 없이 추진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 박기호.주용석 기자 kh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