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가 추진해온 전력산업 민영화 계획이 전면 재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직 인수위 경제2분과 김대환 간사는 15일 전력산업 민영화와 관련, "5개 화력발전자회사를 한꺼번에 민영화하기는 어렵다"면서 "남동발전㈜은 일단 예정대로 민영화하되 나머지는 민영화 성과를 분석한 뒤 추진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한전의 5개 발전자회사중 하나인 남동발전은 내달중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될 예정이다. 김 간사는 그동안 "발전산업의 경우 민영화작업이 상당히 진행되고 있어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언급해 왔으나 이날 공기업 민영화에 반대하는 견해를 분명히 밝혀 주목된다. 이는 남동발전 외에도 1개 발전자회사를 올해 안에 추가로 민영화한다는 산업자원부 방침과도 배치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 임채정 대통령직 인수위원장도 이날 공기업 민영화 문제에 대해 "각계 의견을 광범위하게 들어 신중하게 처리할 방침"이라며 인수위 차원에서 재검토에 착수했음을 시사했다. 임 위원장은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전력 등 기간망 산업은 민영화할 경우 공공성 저해, 민간독점, 요금인상 등 여러 문제가 예상된다"면서 "현 정부의 기본틀은 벗어나지 않겠지만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수위가 이같은 입장을 밝힘에 따라 정부가 추진 중인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그러나 인수위의 방침이 민영화 시기와 방법의 조정을 말하는지 백지화를 의미하는지 분명하지 않아 민영화 자체가 완전히 물건너 갈지를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대외신인도와 외국인 투자유치 등을 감안할 때 민영화를 완전 백지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 재검토론 왜 나왔나 공기업 민영화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와 인수위원 모두 신중론을 펴고 있다. 특히 인수위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발전회사 민영화를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안정적인 전기 공급체계와 노사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리 검토하지 않은 채 민영화를 추진할 경우 오히려 더 큰 폐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판단이다. 김대환 인수위 경제2분과 간사는 최근 "전력 등 기간망 산업 민영화는 산업 특성을 감안할 때 안정적인 공급은 물론 요금 인상 가능성과 노동문제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민영화가 강행될 경우 자칫 민간 독점으로 흐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인수위는 민영화에 따라 노사 갈등이 빚어지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인수위는 전력산업 민영화에 대해 신중히 접근하되 현 정부의 정책 방향과 정면 대결 양상으로 비쳐지는데 대해서도 경계하는 눈치다. 이와 관련, 임채정 인수위원장은 "(전력산업 민영화를) 전면 재검토하는 것은 아니며 현 정부의 기본틀은 벗어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 정부의 민영화 불가피론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추진중인 산업자원부는 인수위의 민영화 재검토론에 대해 적잖이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공기업 경영효율을 높이기 위해선 구조개편이 필수적이며 민영화를 미룰 경우 오히려 공기업 독점에 따른 국민 부담만 높아진다는게 산자부의 기본 입장이다. 더욱이 지난 2000년 12월 전력산업 구조개편 법률 제정작업을 거쳐 현재 첫번째 민영화 대상인 남동발전에 대한 매각작업을 진행중인 상황에서 민영화 자체가 물거품이 될 경우 대외 신인도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국가가 전력산업을 계속 독점할 경우 오는 2015년까지 지금 수준의 두 배에 달하는 발전소가 필요하고 여기에 투입해야 할 국민세금만도 40조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산자부 고위 관계자는 인수위가 우려하는 공익성 문제에 대해서도 "이미 전력산업 민영화를 이룬 선진국의 경험을 볼 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송전선 등 주요 기간망은 앞으로도 국가가 관리하되 발전 배전(전력도매) 등 비즈니스 영역은 민간에 넘겨주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지난 90년대 전력 민영화를 단행한 영국은 전기요금이 20% 가량 내렸다고 덧붙였다. 허원순.김병일.정한영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