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아래 무산에서 발원, 미시령 한계령 물과 섞여 흘러내리는 서화천과 오대산 북쪽의 물이 모인 내린천이 만나는 곳이 인제 합강리다.


물은 거기서부터 소양강이란 이름을 얻는다.


그 소양강 물길이 4백리 장정을 시작하기 위해 한걸음 내딛는 곳인 인제 남면 신남나루.



신남나루는 한겨울에 기지개를 켠다.


꽝꽝 얼어붙은 3백만평 너른 얼음벌판으로 사람들을 받아들이며 떠들썩한 축제 한마당으로 활짝 깨어난다.


축제의 흥겨움을 이끄는 주인공은 작디작은 민물고기.


바로 '겨울호반의 요정' 빙어다.


빙어낚시가 한창이다.


신남나루 얼음벌판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하다.


얼음구멍의 찌를 바라보는 젊은 아빠들의 표정이 진지하다.


엄마의 눈길도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다.


아이들은 앉은뱅이 썰매를 지치고, 얼음미끄럼틀을 타기도 하며 환하게 웃는다.


막힘이 없어 더 차갑게 느껴지는 바람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연인들은 떨어질줄 모른다.


낚시는 뒷전인 듯 꼭붙어 귓속말을 속삭인다.


여러 대의 썰매를 달고 달리는 스노모빌 엔진소리가 분위기를 돋운다.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면 어김없이 울려대는 '뽕짝' 리듬도 왠지 싫지 않다.


서울에서 가족을 데리고 온 이재형씨.


"춥지만 재미있네요. 지난해에는 시간이 늦어 낚싯줄을 풀지도 못했는데, 오늘은 세시간 만에 열 마리가 넘는 빙어를 낚아올렸어요. 무엇보다 아이들이 겨울을 즐기는 것 같아 좋습니다."


간이식당 희주네의 김문기씨는 "투명한 얼음밑을 들여다보면 빙어가 떼지어 다니는 것이 보일 정도"라며 '빙어풍년'이라고 말한다.


김씨는 또 "물밑 2.5m 포인트를 노리는게 좋을 것"이라고 귀띔한다.


빙어는 어른 새끼손가락 크기만한 냉수성 민물고기.


지방에 따라 공어, 은어, 방어, 뱅어, 병어로도 불린다.


신남나루 일대의 소양호, 제천 의림지, 강화 장흥지, 춘천호, 합천호 등이 서식지로 잘 알려져 있다.


빙어는 여름부터 가을까지 물이 찬 호수 깊은 곳에서 살다가 겨울이 되면 얼음층 가까이 올라와 산란을 위한 먹이활동을 하기 때문에 낚아올리기 쉬워진다.


맑은날 오전 9시와 오후 3시를 전후한 시간대에 입질이 활발하다.


또 날씨가 추울수록 잘 잡힌다고 한다.


삼한사온의 기후특성을 잘 살펴 떠나는 날을 잡아야 한다는 것.


대개 추위가 누그러진 날의 정오를 전후한 시간에 도착, 낚싯줄을 푸는데 그럴 경우 입맛만 다시다가 돌아가기 십상이라고 꾼들은 조언한다.


낚시방법은 어려울게 없다.


얼음구멍으로 구더기미끼를 꿴 채비를 드리우고 살살 고패질(미끼가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낚싯줄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것)만 해주면 된다.


단 챔질에 신경을 써야 한다.


찌가 움직였다고 힘껏 잡아채 올리면 허탕치기 십상.


약한 주둥이가 뜯겨 떨어진다.


손에 힘을 뺀 채 어깨로 슬쩍 들어올리는게 요령.


아니면 찌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잠깐 기다렸다가 낚싯대를 천천히 들어 올린다.


잘만 하면 네댓개의 낚싯바늘마다 빙어가 걸려 올라온다.


장비도 간단하다.


두툼한 옷차림에 견짓대채비, 얼음구멍을 낼 끌, 간이의자 등만 준비하면 그만이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하는 겨울나들이로 더 나은 것을 꼽을게 없다.


빙어낚시의 재미는 뭐니뭐니해도 먹는 즐거움이 절반.


꾼들은 잡아올리자마자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빙어맛을 최고로 친다.


비린내가 나지 않으며, 씹으면 오이향이 입안 가득 퍼진다.


초고추장과 야채를 버무려 만드는 회무침도 괜찮다.


두툼한 튀김옷을 입힌 튀김도 고소하다.


약한 버너불에 구워먹는 맛도 별미.


여기에 따뜻한 컵라면이나 어묵국물이 더해지면 세상 부러울것 없는 한겨울 가족나들이가 완성된다.



인제=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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