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日 언론의 '북한 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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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잘 알수 없을 만큼 어두컴컴한 차량 안,그러나 어둠 속에서도 형광등 불빛을 환히 받고 있는 출입문 위의 김일성 김정일 부자 초상화.'
일본의 아사히신문이 북한관련 대형 시리즈물을 시작했다.
제목은 '북한의 맨 얼굴'.북한주민들의 생활상에 돋보기를 들이댄 1부의 첫회는 '탈북자'문제를 다룬 1면 머리기사로 시작됐다.
그리고 평양 땅 밑을 달리는 지하철의 차내 모습을 작년 10월 촬영한 사진이 작은 노트만한 크기로 신문 한복판에 실렸다.
기사 내용은 한국언론에 소개된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먹고 살 길이 없어 탈출을 결심했다든지,돈 주고 국경 수비대의 묵인 하에 두만강을 건넜다는 등 한국독자들도 익히 듣고 보아 온 것들이다.
신문은 시리즈를 위해 약 30명의 탈북자를 만나고,한국정부와 전문가들 의견도 들었다고 밝혔다.
납치됐다가 작년 10월 돌아온 하스이케 가오루씨(45)의 말도 곁들이고 있어 생생한 증언을 담은 기획물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신문이 시작한 이 시리즈는 내용도 내용이거니와 신문을 향한 신뢰와 평가를 감안할 때 반응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사회의 실상과 주민의 고초를 제대로 몰랐던 일본독자의 관심을 불러일으켜 차분한 시각에서 북한 문제와 인도적 지원을 생각케 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기사를 대하면서 마음이 가벼울 수 없는 이유는 무엇보다 시기 문제에 있다.
한국도 그렇지만 최근 일본언론의 핫 이슈는 단연 '북한'이다.
북한 특집과 긴급 뉴스를 하루도 다루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그리고 납치에서 핵문제,탈북 주민에 이르기까지 일본언론에 비친 북한 이미지는 '불안'과 '위험''불법'으로 뭉쳐진 '화약고'다.
이같은 북한을 향해 일본언론과 국민은 연일 비판의 화살을 날리고 있다.
아무리 춥고 배고파도 내 갈 길을 간다며 벼랑으로 달리는 북한과,이를 압박하는 일본.추위와 굶주림에 떠는 북한이 일본한테 몰매 맞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일본 땅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의 숨겨진 아픔이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