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벽 허물기 .. 8월부터 방카슈랑스 도입 파장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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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8월부터 도입되는 방카슈랑스는 금융권간 벽 허물기를 본격화하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형화에 이어 '금융겸업화'가 금융계의 새로운 화두가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경쟁 치열로 금융회사간 우열이 뚜렷해지는 등 금융지도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고객 입장에선 은행 증권 보험 등의 다양한 금융거래를 '원스톱'으로 처리하는게 가능해지는 편리함이 생겨난다.
그러나 여성설계사들이 구조조정의 소용돌이에 대거 휘말리고 은행이 대출을 해주면서 끼워팔기 방식으로 보험을 판매하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 금융거래에 어떤 변화오나
방카슈랑스는 은행이 보험대리점 역할을 하며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유럽에선 지난 80년대 초부터 도입돼 현재 전체 보험 판매의 20%(수입보험료 기준)를 차지할 정도로 방카슈랑스가 활성화돼 있다.
미국은 99년 금융현대화법이 만들어지면서 방카슈랑스가 본격화됐다.
이번에 정부는 은행 증권 상호저축은행 등 판매망을 갖춘 모든 금융회사에 대해 방카슈랑스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따라서 금융소비자는 어떤 금융회사든 방문하기만 하면 보험업무를 동시에 볼 수 있게 된다.
초창기엔 가입할 수 있는 보험상품의 종류가 제한돼 있지만 이것도 2007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2005년 4월부터는 자동차보험도 은행 창구에서 가입할 수 있게 된다.
은행에서 파는 보험상품은 보험사들이 설계사들을 통해 판매하는 상품보다 보험료도 저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설계사에게 드는 사업비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사업비를 20% 가량 아낄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은행에서 판매되는 상품의 보험료는 5∼10% 가량 인하될 공산이 크다.
◆ 금융산업에는 어떤 영향주나
정부의 '방카슈랑스 도입방안'에 대해 이해당사자인 금융회사들은 각각 엇갈린 반응을 보인다.
먼저 합작자회사 방식을 통해 방카슈랑스를 실시할 예정인 국민 우리 하나 신한 등 대형 은행들은 이번 방안이 제한 규정을 지나치게 많이 뒀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 은행은 전속대리점을 허용치 않고 특정 보험사의 상품판매 비중을 50% 미만으로 제한한데 대해 못마땅해하고 있다.
또 보험사에 동일업종 자회사를 설립토록 허용한 것도 보험사 로비에 금융당국이 굴복한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생보사의 경우 대형사, 외국사, 중소형사 등에 따라 각각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형사들은 정부가 방카슈랑스 연착륙에만 신경쓴 것 같다는 반응이며 외국사는 당초 기대한 수준은 아니지만 방카슈랑스 도입 자체를 시장점유율 확대의 호기로 여기고 있다.
문제는 중소형 생보사다.
이들은 방카슈랑스로 인해 상당수 회사가 생존에 어려움을 겪을지도 모른다며 불안해 하고 있다.
특히 50% 미만으로 정한 판매비중 제한조치가 대형사 위주의 상품만 판매하는 결과를 낳아 중소형 회사를 방카슈랑스의 '들러리'로 만들 소지도 있다는 지적이다.
중소형 생보사의 한 임원은 "신계약 기준으로 볼 때 저축성 보험은 생보사 수입보험료의 40%를 차지한다"며 "방카슈랑스가 도입되면 이 가운데 70%를 은행이 가져갈 것"으로 내다봤다.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