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시가평가제 도입 이후 은행신탁 규모가 급속히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은 신탁 규모 축소가 은행 수익구조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대책을 마련 중이다. 15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의 신탁계정 수탁규모는 지난해 말 73조7천6백99억원으로 전년 말 81조3천2백57억원에 비해 7조5천5백58억원(9.3%) 감소했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옛 국민+주택)이 19조7천억원에서 15조3천억원으로 22.2% 줄어든 것을 비롯해 외환(30.6%) 하나(16.1%) 한미(11.4%) 조흥(4.3%) 신한(3.9%) 등이 일제히 감소세를 보였다. 시중은행중 수탁액이 늘어난 곳은 우리은행(10.8%)과 제일은행(5.2%) 뿐이었다. 신탁종류별로는 신노후생활신탁이 6조2천억원 줄어 감소폭이 가장 컸고 신종적립신탁(4조2천억원) 가계장기신탁(3조9천억원) 단기추가금전신탁(2조7천억원) 추가금전신탁(1조6천억원) 적립식신탁(1조5천억원) 근로자우대신탁(1조1천억원) 등 대부분의 신탁상품이 감소세를 보였다. 반면 특정금전신탁은 자사주신탁이 대거 유입되면서 11조2천억원이 늘었고 대표적 단기상품인 신추가금전신탁도 2조원가량 늘어났다. 신탁계정에서 투자한 자산을 보면 금리가 많이 떨어진 국공채는 16조5천억원에서 9조3천억원으로 7조2천억원 축소된 반면 상대적으로 금리수준이 높은 금융채는 4조9천억원에서 8조3천억원으로 3조4천억원 확대됐다. 대표적 단기상품이면서 수익률도 상대적으로 높은 기업어음(CP)도 4조6천억원가량 늘어났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가평가제 도입으로 기존 장부가 펀드에 대한 신규수탁이 금지되면서 은행 신탁계정이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다"며 "시가평가 펀드들도 시중금리 하락으로 일반 정기예금 금리 이상의 수익률을 내지 못하고 있어 고객을 끌어들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 대책을 마련 중이다. 은행 관계자는 "특정금전신탁과 재산신탁을 활성화하는 쪽으로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