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이견.대결의 韓美차이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같은 사안에 대한 평가가 자신의 처지와 철학에 따라 다른 것은 미국이 한국보다 더 심한 것 같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제안한 배당소득세 철폐를 놓고 벌이는 민주 공화 양당의 설전도 마찬가지다.
공화당은 배당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기업과 개인에게 모두 세금이 부과되는 이중과세의 모순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배당소득세를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은 배당소득세 철폐는 부유층에 혜택을 주기 위한 편협한 조치라고 비판한다.
북한 핵위기 해결방안을 놓고도 주장이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다.
공화당의 매파인 존 매케인 의원(애리조나주)은 최근 북한에 대한 강경 제재 법안을 제출했다.
이 법안은 대북 억지력을 높이기 위해 군사훈련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까지 담고 있다.
반면 빌 클린턴 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냈던 매들린 올브라이트는 북한이 요구하는 불가침협정을 맺을 것을 행정부에 촉구했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지 않겠다면 불가침협정을 맺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극단적인 의견 표출은 각종 세미나에서도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
하지만 상대방 의견을 존중하는 전제에서 토론이 이뤄지기 때문에 충돌이나 대결로 비화되지는 않는다.
주장의 차이만으로 보면 얼굴을 붉히며 멱살잡이라도 해야 할 것 같지만 웃으면서 끝난다.
요즘 대통령직 인수위원들의 구상을 견제하는 듯한 공무원들의 발언과 자세로 양측이 서로 껄끄러워 한다는 소식이다.
인수위의 개혁성향에 일부 공무원들이 반기를 드는 것인지,아니면 현실적인 여건을 감안해 달라는 충정인지 따질 겨를도 없이 대립하는 듯한 모습이다.
전경련 김석중 상무가 새 정부의 정책성향을 '사회주의'로 표현했다는 뉴욕타임스 보도로 인수위와 전경련간 긴장수위가 높았었다고 한다.
보도의 진위여부를 확인하고 서로가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했는지 의문이 든다.
자신이 처한 입장에 따라 의견과 주장이 다른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런 차이를 존중해 주면서 접합점을 찾는 노력 없이 적과 아군 같은 이분법적 대립으로 치닫는다면 성숙한 정책대결은 기대하기 어렵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