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환 전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으로 선임되면서 초대 공자위원장을 지낸 박승 한은 총재와의 인연이 새삼 눈길을 끌고 있다. 두 사람은 출신지.학교가 같으면서 한은 총재와 공자위원장직을 번갈아 맡게 됐기 때문이다. 박 총재는 전북 김제, 전 위원장은 전북 익산에서 났다. 중.고 학제 분리 이전에 이리공업학교(6년제)를 함께 다녔다. 박 총재가 2년 선배다. 학제 분리로 전 위원장이 전주고로 옮겼지만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다시 선.후배로 만났다. 86년부터 3년 동안 금융통화운영위원으로 함께 일했다. 그러나 걸어온 길은 판이하게 다르다. 박 총재가 화려한 공직생활을 두루 거친 반면 전 위원장은 한은 총재가 되기 전까지는 줄곧 충남대 교수로 지방에 몸담아 중앙무대에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박 총재는 대학 졸업 후 한은에 들어가 유학을 다녀온 뒤 중앙대 교수를 거쳐 청와대 경제수석, 건설부 장관 등 정부내 요직을 두루 지냈다. 이에 비해 전 위원장은 경제기획원 등에서 13년간 공무원으로 일한 뒤 22년간 충남대 교수로 외길을 걸었다. 교수시절 박 총재는 '경제 발전'에, 전 위원장은 '경제 정의'에 더 관심이 많았다는게 주변의 평가다. 한은 직원들은 두 사람이 스스로를 '시골사람'으로 여기는 점과 서민적인 풍모 등이 닮은꼴이라고 한다. 양주보다 소주를, 고급음식점보다 대중음식점을 즐겨 찾는다는 것. 그러나 총재시절 전 위원장이 겸양형이었던 반면 박 총재는 자신감이 넘친다는 평이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