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백창일의 두번째 시집 '모든 사랑은 첫사랑이다'(시와시학사,5천5백원)가 나왔다. 지난 98년 낸 첫시집 '나는 부리 세운 딱따구리였다'에서 80년 광주민주화 항쟁으로 인한 상처와 슬픔을 직설적으로 쏟아냈지만 이번 시집에서는 무한한 사랑으로 그 슬픔을 걷어낸다. 시인은 따스한 눈길로 세상과 자신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사랑'의 힘을 자연에서 찾고 매순간 '첫사랑'의 감흥을 발견한다. '슬퍼하지 마라/그 누구의 비정도 슬퍼하지 마라/이 봄날을 속 떨리게 하는/배추흰나비도/한때는 한 마리 벌레에 지나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편지를 써보라/배추흰나비보다 눈이 깊은 사람아/모든 사랑은 다 첫사랑이다'('배추흰나비' 중) 살아남은 자의 부끄러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첫 시집에서 고백체의 어투를 보인 데 비해 이번 시집에서는 단정이나 명령형의 종결어미를 많이 사용한 점이 눈에 띈다. '이 세상에 실패한 자가 되라'('소금인형' 중) '애호랑나비를 보라'('애호랑나비의 꿈' 중)처럼 자신감 넘치는 언어로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슬픔에 휩싸여 죽음에 가까이 갔던 시인이 '우리는 서로/그 누군가의 눈길을 받아야 이 세상에 닿는다'('네 눈동자' 중)라며 사랑의 진리를 이야기하게 된 것이다. 시인은 10년 넘게 양평과 홍천의 경계인 매월리의 깊은 산속에서 지내고 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