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이와 매가 살던 뒷동산,밤이면 닭장을 습격해 씨암탉을 잡아가던 살쾡이와 족제비,장에 다녀오던 옆집 아저씨가 밤길에 봤던 여유와 늑대들….이제 우리 땅에서 이들을 만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개발과 성장에 치중하던 사이 어느 틈엔가 우리 곁을 떠났기 때문이다. '사라져가는 한국의 야생동물을 찾아서'(당대,1만9천원)가 반가운 것은 이런 까닭이다. 멸종위기에 있거나 희귀한 천연기념물,보호할 가치가 있는 야생동물의 생생한 사진과 함께 이들의 생태습성과 생태환경 등을 소상히 알려주기 때문이다. 이들 동물과 관련한 기록과 문헌 속의 이야기,한국내 분포도와 앞으로의 전망,취재 뒷이야기 등을 아들·딸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형식으로 전하고 있다. 특히 전문가의 솜씨로 찍은 동물사진이 압권이다. 문화일보 사진부장인 저자는 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지난 18년간 전국의 산과 들,강을 누비고 다녔다고 한다. 한겨울 눈밭에 나들이 나온 가칠봉의 멧돼지 가족,천주만에서 들쥐사냥을 하는 족제비,남해 상주해수욕장 부근의 바닷가에서 입맞춤하며 사랑을 나누는 수달 부부,강원도 고성 건봉산에서 한겨울에 찾아낸 산양 무리 등 37종의 야생동물을 만나볼 수 있다. 또 천연기념물을 포함한 1백여종의 새들도 소개했다다. 저자는 "날개에 총을 맞아 시베리아로 돌아가지 못하고 신음하다 죽은 고니와,약물에 오염돼 먹이를 토하면서 눈물을 글썽이던 큰기러기,보신탕집 뒤뜰 철창 속에서 죽을 날을 기다리며 애처로운 눈빛을 보이던 너구리를 취재하면서 이 땅의 야생동물에 대한 살아있는 기록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