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性범죄처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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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봄.미국 뉴저지주의 조용한 주택가인 인구 2만의 트렌톤은 마치 벌집을 쑤신듯 발칵 뒤집혔다.
이웃집 강아지를 구경하러 나섰던 7살 난 메건이 제시라는 사내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변사체로 발견됐기 때문이었다.
이 사내는 두번이나 성범죄를 저지른 전과자였는데 주민들은 "왜 이런 위험한 인물의 신원을 공개하지 않았느냐"고 당국에 따지고 들었다.
결국 주 의회는 그해 10월 아이의 이름을 딴 '메간법(Megan's Law)'을 통과시켰다.
이즈음 미국 각지에서는 잦은 성추행으로 부모들이 마음을 졸이고 있을 때여서 메간법은 다른 30여개 주로 급속히 확산됐다.
이 법은 죄질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범죄자의 신원과 전과기록,주소 등을 기록한 프린트물을 동네 모든 주민에게 돌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범 가능성이 높은 성범죄자의 집앞에는 표지판을 놓기까지 한다.
현대판 '주홍글씨'인 셈이다.
메간법에 대한 논란이 없지는 않았다.
'인권침해'라는 반발이 있었으나 '재발방지'라는 여론에 밀려 별로 힘을 쓰지 못했다.
미국인들은 성범죄를 일과성 실수로 보지 않고 알코올이나 마약중독처럼 성적중독으로 생각한다.
알코올중독자가 술병을 보면 견딜 수 없듯 성범죄자 역시 성(性)적 대상을 보면 억제할 수 없는 충동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성범죄자에 대해서는 각국이 엄하게 다루는 것 같다.
영국과 프랑스에서는 '성범죄법'을 제정해 학교와 지역사회에 그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대만은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가졌을 경우 이름과 사진을 언론에 공표한다.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신원과 사진을 이웃 주민들에게 알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현재 신상을 공개하고는 있지만, 실제 성범죄자가 자신의 집근처에 살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여론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정신병 환자로까지 치부되는 성범죄자에 대해서는 '따돌림'이 하나의 방책일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사회에 만연된 도덕적 불감증을 일깨우는 모두의 노력일 게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