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힘이 없다'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하는 최근 시장의 특징이다. 프로그램매매의 영향권아래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거래량도 턱없이 줄어들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시장에 돈이 없어서다. 시장의 에너지원인 돈이 마르면서 증시의 체력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시중자금이 단기부동화면서 채권 등 안전자산에만 몰린다. 반면 주식시장으로 유동성이 들어올 기미는 좀처럼 보이질 않는다. 하지만 단기부동자금은 올 1분기말 내지는 2분기쯤 증시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에 점차 무게가 실리고 있다. 마땅한 투자대상이 없는 현 상황이 마냥 지속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 등 변수가 상존하지만 결국 갈 곳이 없는 시중자금이 늦어도 2분기쯤엔 시장에 돌아올 것이란 예상이다. ◆갈곳 몰라 떠다니는 시중자금 17일 동원증권은 작년 10월 중순 이후 2조5천억원의 개인자금(실질고객예탁금)이 증시에서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했다. 2개월 동안의 감소폭으로는 지난 2년 동안 최대규모다. 반면 투신권의 MMF(머니마켓펀드)는 작년 내내 40조원대에서 머무르다 12월 50조원을 넘어선뒤 현재 57조원까지 늘어난 상태다. 동원증권 김세중 책임연구원은 "단기부동자금이 급증하는 현상은 현재 마땅한 투자대안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특히 이라크전쟁,북핵문제,신정부의 개혁정책 등 세 가지 위험이 자금의 증시 유입을 막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위원은 "최근 유가와 환율 등 가격변수의 불안으로 경기 저점은 당초 1분기에서 2분기로 늦춰질 전망"이라며 "펀더멘털 측면의 불확실성이 시중 유동성을 채권같은 안전자산으로 몰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경기가 예상보다 더 나빠질 경우 정부가 콜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를 부양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일고 있다"며 "추가 금리인하를 노린 채권 투자가 계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금 증시로 언제 돌아올까 채권투자보다 주식투자의 기대수익률이 높은 상황에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마냥 계속될 수는 없다는 분석이 많다. 동원증권 김 책임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채권과 부동산에 머무르던 자금이 증시로 유입되는 전단계에서 단기부동화되는 경향이 있다"며 "지난 2001년 9·11테러 사건 전후에도 단기자금이 급증하다 증시로 방향을 돌린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라크전쟁이 실제 가시화되거나 핵문제와 관련해 북·미간 협상이 개시되면 투자심리는 한층 호전될 것"이라며 "이르면 1분기 중 자금의 단기부동화 현상은 마무리될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증권 오 연구위원은 2분기 후반쯤에나 △안전자산 선호 현상 완화 △경기 불확실성 해소 △환율 및 유가 안정화 등이 이뤄지며 본격적으로 유동성이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LG투자증권 강현철 책임연구원은 "1분기 또는 상반기 중 채권 부동산 등 대체자산의 가격 하락이 본격화되더라도 시중 자금은 추가로 부동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올 하반기는 되어야 증시로의 자금 이전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