량차오웨이(梁朝偉), 리롄제(李連杰), 장만위(張曼玉), 장쯔이(章子怡)에 장이머우(張藝謀) 감독 등 24일 개봉하는 「영웅」은 네명의 슈퍼스타와 「국두」, 「붉은 수수밭」의 세계적 거장의 만남 자체로도 많은 관객들의 마음을 끌 만한 영화다. 결론부터 말하면 「영웅」의 배우나 감독은 영화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고도 남을 것 같다. 「비정성시」나 「아비정전」, 최근의 「화양연화」 등에서 보여줬던 량차오웨이의 젖은 눈은 여전히 매력적이며 「첨밀밀」이나 「화양연화」 등에서 영화팬들의 혼을 빼놓았던 장만위의 카리스마도 기대했던 대로. 여기에 모 음료 CF로 이미 친숙해진 장쯔이의 미모나 리롄제의 액션을 트집잡을 관객들은 드물 듯하다. 「붉은 수수밭」으로 붉은 노을과 수수밭, 하얀 달의 이미지를 보여줬고 천 염색장을 배경으로 하는 「국두」에서는 다양한 색으로 물들여지는 천으로 스타일있는 화면을 선사했던 장이머우는 무협물의 액션과 역사물의 스펙터클을 과장되게 연출된 색감을 배경으로 아름답고 웅장하게 펼쳐낸다. 영화는 중국이 진나라로 통일되기 전을 배경으로 진시황과 그를 암살하러온 무명(리롄제)이 두 무사 비설(장만위)과 파검(량차오웨이)이 왜 암살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갖게 된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영상의 스펙터클에 비해서 스토리의 서사성은 부족한 편. 역사물에 대해 줄거리의 장대함을 기대하는 관객들은 실망스러울 수도 있을 듯하다. '백성들의 도탄을 막고 천하(중국) 통일을 이루기 위해 암살을 포기한다"는 식의 위험한 결론도 보는 이에 따라서는 허무할 수 있다. 칠웅이 지배하던 전국시대 중국.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각 나라의 전쟁이 계속되고 백성들의 삶은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져 있다. 이미 중국 대륙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칠웅 중 선두에 선 진나라의 왕 영정은 나머지 국가를 평정하고 중국의 첫번째 황제가 될 야심에 가득차 있다. 세상 부러울 것 없는 그에게는 한가지 고민이 있었으니 바로 수년 전 철통과 같은 경호를 뚫고 왕궁을 침입해 자신의 목에 칼자국을 내기까지 했던 장천과 파검, 비설의 암살 위협. 어느날 지방의 하급장수 무명이 세 자객의 목을 베었다며 왕궁을 찾아오고 왕을 알현할 기회를 얻게 된다. 왕과 마주서게 된 무명. 하지만 왕은 무명으로부터 살기가 느껴짐을 눈치채며 그의 무용담을 믿지 않는데… 노란 단풍을 배경으로 붉은 옷을 입은 비설과 여옥(장쯔이)이 벌이는 결투 장면이나 파란 색의 기왓장을 배경으로 무명이 자신의 무예를 보여주는 신, 녹색의 숲과푸른 풀로 덮인 정자를 물 속에서 비추는 카메라 등은 영화의 압권. 3천500만 달러를 들여 제작됐으며 중국에서 개봉 한 달 만에 2천400만 달러의 수입을 기록하며 역대 중국영화 흥행기록을 가볍게 경신하는 등 흥행에 성공하고 있지만 97년 중국으로 반환된 홍콩에서는 「무간도」나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에못미쳤다. 수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천하통일'이라는 주제가 아쉬운 영화. 24일 개봉. 상영시간 99분. 12세 이상 관람가.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