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재테크 시장의 최대 화두는 시중부동자금의 움직임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현재 일정한 투자대상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는 돈이 3백7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시중부동자금이 급증한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잇딴 부동산 규제정책에 따라 부동산시장에서 자금이 빠져 나오는 데다 증시에서도 대내외 여건이 불안함에 따라 투자자금이 이탈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예금의 실질금리도 소비자물가를 감안할때 "0"% 시대에 진입함에 따라 요구불예금을 중심으로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대신 적당한 투자처가 나올 때까지 대기하기 좋으면서 일정한 수익성까지 보장되는 금융상품이 임시피난처로 각광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게 투신권의 단기수시입출금 상품인 머니마켓 펀드(MMF)이다.


올들어 2주일 사이에 약 8조7천억원의 신규자금이 유입돼 MMF 수탁고는 58조원에 달하고 있다.


이같은 추세라면 조만간 6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금융계는 예상한다.


또다른 피난처로서 단기채권형 상품과 채권을 들 수 있다.


현재 단기채권형 상품에 약 38조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3년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사상 처음으로 4%대에 진입했다.


은행 증권사들이 판매하는 해외펀드와 차기 정부가 완전포괄주의를 도입할 경우 상속세와 증여세의 회피수단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무기명채권으로도 시중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우려되는 점은 제도금융권에서 빠져나온 이른바 퇴장 자금 규모도 상당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시중부동자금이 많아지면 지하경제 규모는 커졌다.


최근처럼 시중부동자금이 많은 상태가 지속될 경우 여러가지 부작용이 우려된다.


무엇보다 자금공급과 수요상의 불일치(mis-match)로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풍부하고 설비투자가 여전히 부진해 이런 우려감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경제주체별로는 자금사정(cash flow)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


요즘 흔하게 들리는 것이 "시중에 자금은 많은 것같은데 정작 내 수중에는 돈이 없다"는 말이다.


그만큼 돈이 돌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경우 신용불량자가 양산되면서 소득 혹은 부의 불균형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시중부동자금에 따른 부작용이 많다면 금리를 올리거나 유동성 환수조치를 통해 걷어내는 정책수단을 생각할 수 있다.


문제는 현 시점에서 이같은 정책수단을 동원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시중부동자금은 대내외 환경불안을 흡수할 수 있는 완충효과도 함께 갖고 있다는 얘기다.


만약 시중부동자금에 따른 부작용만 생각해서 걷어낼 경우 국내경기가 급속히 위축되는 등 이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결국 현 시점에서 자금이 필요한 곳에 골고루 들어갈 수 있도록 불안감과 불확실성을 해소해서 자금의 선순환 체계를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다.


여러 방안이 있을 수 있겠으나 무엇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새로운 정책구상이나 기존의 정책 혹은 틀을 변경할 때에는 경제주체들이 예측 가능한 선에서 추진돼야 한다.


그래야 경제주체들이 느끼는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고 시중부동자금 규모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상춘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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