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후보가 제16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재벌정책이 다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노 대통령 당선자는 과거의 정부개입 대신 시장경제 원리에 기반을 둔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지속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계열회사들에 대한 출자 제한이나 구조조정본부의 해산 요구와 같은 재벌에 대한 특정한 규제들은 시장경제 원리와 상치된다. 한국의 경제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재벌'이 시장경제에 가장 효율적인 모습으로 나타난 것은 아니지만,그동안 한국경제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음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역대 정부들은 특혜대출을 해주거나 사업허가권을 통해 재벌기업들을 보조했다. 뿐만 아니라 때로는 새로운 사업이나 경제활동에 투자를 장려하고 지도하기까지 했다. 물론 이들 재벌에도 시장경제 원칙이 적용됐다. 경영이 효율적이었던 재벌들은 빨리 성장해 오늘날 한국경제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반면 효율성이 낮은 재벌들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파산하거나 해체되었다. 그래서 오늘날 한국의 재벌은 정부 개입과 시장원리 양축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과거 정부의 개입에 의해 시장이 왜곡됐다면,시장을 회복시키는 것 역시 때때로 정부의 개입을 요구할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개입은 자유시장 정책과 양립할 수 있으며 또한 자유시장 원리에 필요한 요소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떤 종류의 정부개입이 가장 효과적인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필자는 △기업활동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와 △시장경제를 강화해 시장으로 하여금 문제를 해결하게 하는 간접적인 개입 중 후자를 찬성한다. 직접적인 규제를 통한 정부의 개입은 활발한 기업의 활동을 억제하고 방해하며,기업들로 하여금 우회나 로비활동 등을 통해 규제를 피해가도록 유도한다. 최악의 경우 정부의 개입은 부패로 귀결되거나,규율과 규제가 발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부분적으로 불평등하게 적용되든지,심하면 전혀 적용되지 않아 정부에 대한 신뢰성을 잃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최고의 교육을 받은 훌륭한 공무원들보다 시장이 더 효율적인 해결책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나가야 할 것인가. 지금까지 발표된 새 정부의 기업투명성 제고,기업지배구조와 주주권리를 강화하고 증진하고자 하는 등의 정책은 올바른 방향을 취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현 정부는 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를 정상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지만,이제 그 개혁의 추진력은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만일 새 정부가 보다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기업지배구조를 추진할 수 있다면,현존하는 재벌기업들의 문제를 시장원리에 의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뒤 효율적인 재벌기업들은 자본시장에서 추가로 자본을 받아 성장하게 될 것이고,비효율적인 기업들은 불리해지고 뒤처지다 결국 시장에서 퇴출되고 말 것이다. 그러나 만일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기업들이 자본시장의 지원을 더 이상 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더라도 정부는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할 것이 요구된다. 즉 정부는 시장에 개입해 취약한 기업들을 인위적으로 도와서는 안된다. 가장 효과적인 재벌정책은 시장에 의해 결정된 기업의 운명이 정부 개입(지원)을 통해 모면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해서는 안되며,그들의 행동과 경영권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지게 해야 하는 것이다. 이같은 시장접근은 성공적인 기업들의 수익창출 행위를 규제하는 것과 비효율적인 기업에 생명줄을 주는 것 같은 심각한 정책적 오류들을 피할 수 있게 한다. 시장경제 원리에 역행하는 방법을 선택하게 되면,경제정책이 공공의 복지와 성장을 촉진하기보다 궁극적으로 경제의 성장과 국민복지 증진에 장애물이 될 것이다. 이는 결국 수입의 감소와 높은 실업률을 유발할 것이고,나아가 더 많은 세금 등의 형태로 국민 부담을 늘어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