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건 법률회사(로펌)의 근무분위기는 좀 딱딱한 편이다. 변호사라는 직업의 성격이 "인간미"와는 다소 동떨어진 듯 보이는데다 로펌 안팎의 경쟁이 치열한 탓이다. 이같은 미국 로펌업계에서 요즘 알스톤&버드(Alston&Bird)가 최고의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포천지가 선정하는 미국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회사" 3위에 랭크되었기 때문이다. 지식재산권 분야 등 월가의 톱 클래스 로펌중 하나인 이 회사는 "미국 변호사"란 잡지에서 직업만족도 1위로 뽑히는 등 한국 로펌들의 주요 벤치마킹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투명경영,공정한 인사관리가 비결=변호사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각종 복지혜택이다. 회사내에서 마사지까지 받을 수 있는 등 업무지원이 호텔서비스 수준이다. 근무시간 중 미취학 어린이를 맡아주는 유아원시설도 최고급이다. 필요할 경우 출산휴가를 1년까지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종업원들이 정말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경영상황의 투명한 공개와 공정한 인사관리다. 회사에는 파트너들로 구성된 파트너위원회와 일반 변호사들로 구성된 변호사위원회 등 2개의 위원회가 있다. 회사측은 위원회를 통해 재무현황 등 모든 경영정보를 제공한다. 매달 열리는 위원회는 급여문제 등 모든 사항을 솔직하게 토론하는 의견수렴의 장이기도 하다. 승진과 급여를 결정하는 업무평가도 매우 객관적이다. 변호사에 대한 평가는 그의 직속 상관인 파트너뿐 아니라 함께 일하는 동료나 직속상관이 아닌 다른 부서 파트너의 의견도 참작한다. ◆엔론사태 조사담당 회사로 지정되기도=변호사들의 꿈인 파트너 승진도 투명한 과정을 거쳐 이뤄진다. 예를 들어 입사 4년차가 되면 파트너의 역할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세히 설명해 주고 6년차가 될 경우 해당 변호사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제시해 준다. 파트너가 되기 어려운 사람은 명예롭게 회사를 나가 다른 직장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배려다. 1백년 이상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이 회사는 1980년대 말까지만 해도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중견 법률회사에 불과했다. 하지만 90년대 들어 투명경영과 공정한 인사에 주력한 덕에 2백명에 불과하던 변호사가 7백명 이상으로 늘었다. 지난해 엔론사태가 터지자 미국 정부는 이 회사를 '조사담당'으로 임명했을 정도다. CEO격인 벤 존슨 매니징 파트너는 "로스쿨 졸업생의 절반이상이 '가장 일하기 좋은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일하기 좋은 직장을 만드는 게 성장의 지름길"이라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