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기지표들이 갑자기 크게 나빠졌다. 산업생산은 줄고 무역적자는 대폭 늘어났다. 또 소비동향 지수마저 하락, 생산과 소비활동이 모두 좋지 않다. 이에따라 미 경기 회복세 둔화는 불가피한 상태다. 그러나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더블딥(짧은 경기회복후 재침체) 가능성은 희박하다. 작년 4분기에는 성장률이 크게 떨어졌겠지만 올해는 다시 올라갈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진단이다. ◆ 예상외로 나쁜 경기지표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 17일 작년 12월 산업생산이 0.2%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예상(0.3% 증가)과는 정반대였다. 이에따라 작년 한해 산업생산은 모두 0.6% 감소, 2001년(3.5% 감소)에 이어 2년 연속 줄었다. 산업생산이 연속 2년 줄기는 지난 1974~75년이후 처음이다. 향후 소비동향을 예고하는 미시간대 소비자신뢰지수는 지난 1월 83.7로 전달의 86.7에 비해 큰 폭으로 낮아졌다. 소비자신뢰지수 하락 역시 전혀 예상밖이었다.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은 87.1로 소폭이나 오를 것으로 전망했었다. 이처럼 생산과 소비지표가 동시에 나빠진 가운데 무역적자까지 예상외로 급증, 경기회복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미 상무부는 작년 11월 무역적자가 사상최대인 4백1억달러로 전달보다 48억8천만달러(13%)나 불어났다고 밝혔다. 서부항만 폐쇄사태로 중단됐던 수입이 11월에 한꺼번에 밀려들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경기지표 악화로 미국주가와 달러가치가 일제히 떨어졌다. 지난 주말 뉴욕증시의 나스닥과 다우지수는 3.3% 및 1.3%씩 뒤로 밀렸다. 달러가치는 한때 유로화에 대해 3년만의 최저인 유로당 1.069달러(전날 1.065달러)로 하락했다. ◆ 불가피한 성장둔화 =미 경제 전문가들은 경기지표 악화로 작년 4분기 성장률이 당초 예상치(1.3~1.4%)에 비해 0.5%포인트이상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껏해야 0.5~0.8%에 불과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는 3분기 성장률(4%)과 비교할때 급격한 경기둔화다. 4분기 성장률은 오는 30일 발표된다. 이와관련,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경기지표 악화를 근거로 더블딥 가능성을 다시 거론했다. 이 신문은 "이라크전 발발 가능성과 북핵 위기등 불확실성이 미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태에서 무역적자가 급증하고 산업생산이 감소한 것은 현재 미 경제가 예상보다 더 나쁜 상태임을 보여준다"며 더블딥을 배제할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더블딥 가능성보다는 경기회복 전망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성장률 둔화는 불가피하지만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무역적자 급증은 미국의 수입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며,이는 미국 국내총생산의 70%를 차지하는 소비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작년 4분기 성장률이 1% 아래로 급격히 둔화되겠지만 올 상반기에는 2~3%로 다시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베어스턴스증권의 존 라이딩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6천7백억달러규모의 경기부양책 덕에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미 기업활동이 살아날 것"이라며 더블딥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