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합천에서 발생한 대구소방본부 소속 소방헬기 추락사고에서 두 조종사의 희생정신으로 탑승자 7명 중 5명이 극적으로 생명을 구했다. 폴란드인 조종사 루진스키씨(50.폴란드 헬기제작사 스위드닉스사 소속)와 한국인 부조종사 유병욱씨(39.대구소방항공대 소방위)는 합천댐에 추락, 실종됐다. 사고 헬기는 지난 18일 오후 3시20분께 자동항법장치 설치에 따른 시험비행을 위해 한국인 2명과 외국인 기술자 5명(영국인 1명, 폴란드인 4명) 등 7명을 태우고 대구 K2비행장을 이륙했다. 헬기는 당초 1시간30분 예정으로 경남 합천까지 비행한 후 돌아올 계획이었으나 이륙 직후 교신이 두절되면서 실종됐다. 사고 발생 직후 대구 및 경상남도 소방본부와 경찰은 조종사 휴대폰 위치 추적을 통해 실종 지점을 경남 합천군 묘산면 오도산 일대로 확인하고 1천여명의 인력을 동원해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벌였으나 당일 실종자와 기체를 찾는데 실패했다. 하루가 지난 19일 오전 합천댐 일대를 수색하던 구조대에 의해 합천댐 상류 물가에서 정비사 장성모 소방장(40)과 영국인 마이클 딕비(62.헬기 설계사), 폴란드인 알렉 브로니스(42.기술팀장), 스와베크 비첵(33.헬기 디자인담당), 스와베크 구와스(31.조종강사)씨 등 5명이 극적으로 구조되고 기체는 물 속에 가라앉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소방본부측은 당시 상황을 종합한 결과 "이륙 직후 기체 결함이 발생하자 주조종사 루진스키와 부조종사 유병욱씨는 산악지대에서 탈출할 경우 사상자가 많을 것으로 판단, 합천호로 저공비행해 동료 5명을 탈출시킨 다음 자신들은 기체와 함께 물 속으로 실종된 것 같다"고 밝혔다. 생존자들은 헬기에서 탈출한 후 합천호 섬지역까지 2백여m를 헤엄쳐 나와 극적으로 목숨을 건졌다. 생존자 장씨는 "시험비행 도중 기체 결함이 발생해 뒤쪽에 탔던 5명은 합천댐 물로 뛰어내리고 조종사 2명은 남았다"며 "헤엄치던 도중 뒤돌아보니 남아 있던 2명도 물 위에 있는 것 같았는데 나중에 보니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5명을 무사히 탈출시킨 후에 남은 두 사람도 탈출을 시도했지만 헬기에서 뛰어내리기에는 너무 늦어 기체와 함께 추락했거나 기체에서 벗어나는 데는 성공했지만 유씨가 수영을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2명이 함께 수영을 하다 탈진해 변을 당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대구소방본부와 경찰은 이들이 아직 살아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수색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추락한 헬기는 영국에서 설계한 폴란드제 W 3A SOKOL 기종으로 2001년 들여왔다. 탑승정원은 14명이다. 대구=신경원 기자 shinkis@hankyung.com